구멍난 검정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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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야, 이것 좀 보래!"
어머니의 검정 구두는
발등에 구멍이 났다.
"이제 버려야 겠제"
"네"
오늘 아침 출근 버스에
등이 굽은 노인이
한 손에는 보따리를 계단에 지지해
어렵게 올라섰다.
황급히 닫치는 출입문
이번에는 카드를 단말기에 올려놓는
가냘픈 손목의 떨림을 보았다.
사람들은 외면하고
노인은 사람들을 비집고
창가에 힘겹게 섰다.
중년의 남자가 양보한 자리에 앉아
바쁜 숨을 삼키는데
허리춤을 비집고 나온 구멍이 난 넌링구
윤기 잃은 살점
이쯤에서 나도 외면했다.
어머니께 나는
새 구두를 사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인사동을 돌아 나오며
조명에 반짝이는 팔찌 하나를 샀다.
아내의 머리핀과 브러찌를 사며
덤으로 샀던 미안함이었는데
아들 녀석에게
"네가 샀다고 그래"
그 날 밤,
"애비야, 홍이가 팔지를 다 사 왔다."
어머니의 눈물에
나는 아들과 아내를 보고
눈을 찡긋거렸다.
어머니의 구멍난 구두도
등이 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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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반고흐님의 댓글

따스한 시선이 좋아요 온기 묻히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