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마마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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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마마 납시오
권순조
딸 집에 가면 청소며 빨래에 설거지
영락없는 부엌데기가 되면서도
어쩌다 친정만 오면
왜 이렇게 공주가 되는지
자꾸 먹거릴 갖다 주셔도 난 입 짧은 애 마냥
먹는 둥 마는 둥
먹질 않는데도
배가 부른 건지 안 부른 건지?
엄마의 부엌은 여전히
들어가는 것조차 어설프고 귀찮아
뱃속을 비워 놓기도 한다
"아침 안 먹어 우짜노!"
고구마 삶아 몇 개 놓고 가신다
한 개를 까먹다 조용하기에
뭘 하시나 봤더니
앞 베란다에 앉아 성경을 쓰고 계신다
에스겔書
벌써 두 번째 성경 필사다
여적 성경 필사할 목표도 없는 나와
삼 십 분도 못 앉고 다시
누우러 들어가시는 허리 고장 난 엄마, 평생
자라지 않는 생각 나무만 키우는 나는
좋은 딸은 아닌 듯싶다, 가뭇없이
이파리만 웃자란
못된 공주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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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포님의 댓글

네! 시인님 좋은 글 이네요.
저는 남자라도 딸을 시집보내고 보니 공감이 갑니다.
엄마만 하녀가 아닙니다.
아빠도 딸에겐 바보고, 상머슴이지요.
글 감사히 감상 잘 했습니다.
산풀처럼님의 댓글

내리 딸 바보들이네요.
이젠 꼬부랑 엄마한테 효도하는 셈치고
해주시는 음식 몽땅 해치우고 오세요. .
그래도 공주는 공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