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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집에 물든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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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7회 작성일 16-05-13 17:54

본문

움집에 물든 석양

 

이영균

 

 

염전 간수지 둔덕 움집 할머니가

제 배꼽 아래 움 같은 고쟁이 속 쌈지에서

빛바랜 갈잎 지폐 한 장을

움처럼 물건값으로 건넨다

 

시머어니가 생전에 전사한 아들

재수 준비할 때와 같이 연중행사로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데

외출 없이 움집에서 꼼짝 안해 허연 얼굴,

청상(靑孀)이니 평생 볕 쬘 날이 있었을까만

핏기를 잃은 건지, 햇빛을 못 본 건지

스치는 사람들 킁킁대며 힐끔거린다

 

그러든 말든 움집에 지붕 얹듯 보따리를 짊어지고

움집 향한 버스에 짐짝처럼 몸 실린다

그 길을 시어머니가 떠나고

남편이 떠나고 아이들이 떠나가고

이젠 혼자만이 되 말려 가는

움집에 끈 매어둔 달팽이 신세

 

석양에 짝 잃은 왜가리가

가슴에 부리를 붇고 외로움 견디듯

움집에 몸을 움츠려 엎드려

낭군의 기일에 세월의 앙금 게워낸다

염전 보상으로 받은 부귀영화면 무엇하고

저문 세월에 찾아든 자손들 다 무엇하랴

 

갯벌에 박혀 혼자 가난이고 살았어도

움집의 소라 같은 삶 하루 두 때씩은 밀물 같아

마른 껍데기 속 행복 꼭 차곤 했으니

석양 붉지 않은가

 

 

 

시작 메모))

인천 동막리란 바닷가 움집에서 무지렁이로 평생을 살아온 독고 할머니에게

1990년 초쯤 도시개발로 인해 100억에 상당하는 보상이 나오자

평소 사람 그림자도 하나 없던 움집에 자손들이며

돈을 유치하려는 은행의 고급 승용차들이 인산 이내를 이루는 광경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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