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꽃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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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꽃이 되어 / 테우리
외딴 섬이 주변머리의 조상인 불꽃 산이다
그 산이 키운 꽃들은 모두 친척들이다
정상을 무더기로 에워싼 백록꽃은 애초의 겨울과 혼인으로 태동한 근친이지만 산기슭을 구르는 노루꽃과 산등짝을 날으는 까마귀꽃은 사계절 새악시들이 낳은 근친들이다. 간혹 도깨비 같은 무지개보다 색을 더하여 얼씬거리는 팔색조꽃도 제법 오래 지저귀는 이들의 친척이지만, 철쭉이며 들창포며 솜다리며 구절초며 돌쩌귀며 이들은 모두 한라산이 억겁의 세월과 인연을 맺으며 뿌리를 내린 동성동본의 친족들이다. 여태 이름도 없이 피고 지는 산유화며 야생초들도 모두 한라산의 후손들이다
개중에 어쩌다 딱 한 번 이쯤에 피어난 난,
평생 주변을 기웃거리다 질 사람꽃
딴엔 친구인 척하다 사라져버릴
바람 같은 손님일 뿐이지만,
마침내 한라가 용오름으로 드높이 승천하려는 포부를 한껏 품고 있다
주변머리 나를 닮은 손님들이 여기저기 주인인 양 부쩍 늘고 있다
모다들엉* 산 가득 원추형꽃차례처럼 활짝 꽃피우려는
아름다운 세상 환히 아우르려는
그날의 붉은 꽃으로
어둑해지는 지금도 활기찬 공중 불꽃들
하나같이 꽃씨를 뿌리고 있다
금속성 굉음을 지르며
쿠릉쿠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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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여들어서’의 의미인 제주방언
댓글목록
잡초인님의 댓글

한라산에 백록꽃,노루꽃,까마귀꽃,팔색조꽃,
철쭉,구절초,산유화,야생초,원추형꽃...
사람꼬ㅊ시 되어 아름다운 풍광ㅇ르 느낍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여긴 한라산이 주인이고 나머진 모두그를 받드는 꽃이랍니다
한라산이 가꾸어놓은 것들
즐기는 이는 잠깐 머물다가는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잠시나마 꽃 행세를 하지요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2연 한 덩이만으로도 완결이란 생각입니다. ^^
섬과 섬, 꽃과 꽃, 사람과 사람과 사람 간 떠들썩 (소통)을 되뇌이게 만듭니다.
편하신 주말 되세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그렇습니까
아마도 여긴 모두가 모여서 즐기는 곳이라 그런지 날이갈수록 점점 씨글벅적합니다
저 꽃들이나마 상처를 입지 말앗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한라산 꽃이 되어,
한라를 관조하는 심미안이 경지에 다다른 듯 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꽃속에 아우르는 근친 간 이네요
준비를 상당히 하고, 다듬고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느껴 집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너무하십니다
경지라시니
그냥 우리는 한라산의 둘러리다
정도지요
잠시 왔다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