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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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길에서
들어내니 숨어 숨쉬던 시간이
묵은 찌끼 흔들며 고개를 내민다 .
꼬마들의 손을 넘나들다
내 아이가 주인이 되었을
알록 달록한 게임카드
제 주인은 벌써 명함의 주인이 되고 .
누렇게 바랜 종이 끝에
세제 이름이며 부식거리 적힌
자주 들락이며 포인트 채우던
작은 슈퍼있던 그 자리엔 대형건물이 서고 .
둥근테 닳은 단추하나 주인을 찾아
두 눈을 휑하니 뜨고 바라보네
남편이 즐겨입던 줄무늬 와이셔츠
지퍼에 익숙해진 산사나이 되었는데 .
카드 한 장을 얻을 때마다
세상을 얻은듯 홍조가 되어
엄마품에 뛰어들던
뜻 모를 카드명칭의 조잘거림조차 그립고.
싸고 싼 곳 찾아 발품 팔고
내 몸 지치는 줄 모르고
통장을 짝사랑 했던 풋나기 살림꾼도
영혼 없는 출퇴근길 체크카드 지닌 여장부가 되니.
하루 하루 무거운 짐을
와이셔츠와 전쟁하듯 버텨오며
사직서를 품고 다니던 기둥도
서울 둘레길을 수없이 순례하였을 시간.
그리움은 남아숨겨져 있던것들의 먼지를 털어
이삿길 빈 주머니를 가득 채워 함께 동행 하는 것이다 .
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사랑하고 싶아요 빈가슴 채울때까지..
누가 나와같이 함께 따듯한 동행이 될가?
사랑하고싶어요 빈가슴 채울때까지 ^^
조은글 즐감하고갑니다
수정연꽃님의 댓글

새로운 곳에 발걸음은 늘 조심스럽고
어설프기만 합니다
그런곳에서 눈인사만 해 주셔도 그 반가움은 첫인상속 강하게 남아있게 되지요
반갑습니다 kgs7158님 . 즐거운 발걸음되어 다녀가시길 ^^
소슬바람님의 댓글

버리지 못하고 챙기곤 하던 이삿짐들이 참 많았는데 요즘은 반대로 미련없이 버리는 것들도 많아졌네요 ,
수정연꽃님의 댓글

버리지 못하는 병이 있어 늘 지고 이고 삽니다
마음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