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사선이 얼씬거린다 > 창작시

적도의 사선이 얼씬거린다

------------------------浦友

초록을 불지르는 햇살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한다

광속의 마구처럼 마구마구

더위의 과녁을 향한 화살이다

직사광선의 시위가 적도의 불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공중을 가르던 전생의 비행을 겨냥하고 있다

새까만 통닭의 생각을 버무리며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첫 화살처럼 들이닥칠 입하의 문턱이다

새빨간 벼슬의 의중이 문득 뇌리에서 까딱거리고 있다

소싯적 굶주린 햇병아리 주둥이처럼 삐쭉 내밀고,

이윽고 창밖을 물어뜯던 까칠한 까치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것 같더니 푸드덕거리며 날아간 허공에서

꿩 대신 닭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밀던 어눌한 문장이

이승의 경전처럼 얼씬거린다 

관중의 사선을 기웃거리는 낌새다

홰를 치려는 당돌한 생각은

까먹은 지 오래다

복날의 지경이 지긋지긋한 늙은 닭

뒤뚱뒤뚱 오리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