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이렇게 살 것이다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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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렇게 살 것이다 /秋影塔
굳이 주소를 대라면
나주시 문평면 학교리 산 73번지,
앞으로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이 산, 저 산 돌아 넘고
그 도로 옆구리 따라 작은 개울 하나 다슬기 등을 쓸며 졸졸 흐르고
내 탯줄 이곳 어딘가에 묻혔을 터인데
평생을 나 몰라라 잊고 살았던 곳,
내 앞에 낯설게 놓인 길, 몇 천 리 돌고 돌아
산이 산을 보듬고, 하늘이 산을 품어주어
더없이 고요한 뻐꾸기, 내 고향 찾아들어
내 산에 내 집 한 채 지으려고 산신령님께
고한다
생전의 집 설계는 이러했으니,
마루는 필요 없고 토방도 필요 없고 안 방
건넌방도, 문패 걸 대문도 소용없다
소나무 울타리에 귀 뚫린 새 몇 마리 찾아와
여명을 울어 주고, 어둠이 배로 깊은 밤에는
잡초 기둥에 달빛이나 걸어주고
마당에 사금파리 같은 별 부스러기나
뿌려주어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면 된다
산골이어서 주막이 너무 멀어
서운키는 하다만, 보리망종이나 가을
추수 때면 술 냄새도 얻어먹고
설과 추석에 그동안 못 마셨던 술 한 동이씩
마시면 되겠고
세상 소식이 궁금하면 찌라시 물어나르는
바람 붙들어 마주앉아 캐물으면 될 것인데
옆에 누울 사람 없어 밤이 길기는 하겠다만
언젠가는 만날 날 있지 않겠는가?
안부야 몹시도 궁금하겠지만, 미루고 미뤄
아껴 두었다가
훗날에 밤새워 만리장성 한 줄 쌓으면 될 것이고.
댓글목록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주막이 멀다니 어쩐다오
이 험한 세상 술이라도 드셔야지요
그래도 걱정 마이소
산새 들꽃들이 반겨 주려니
지나는 길이 있으면
술병들고 찿아 가리라
추영탑님의 댓글

술병 들고 찾아오신다니 그 먼 훗날을
기다리지요.
누가 압니까?
주변 어딘가 옹달샘에 떨어진 꽃잎이 발효되어 빚어진 술단지라도 하나 있을는지····
사람은 한 번은 가는 것, 그날을 생각하며,
새삼 남은 날의 소중함을 느껴 봅니다.
고맙습니다. 별들이야기 님! 술병 들고 찾아오신다니 그 먼 훗날을
기다리지요.
누가 압니까?
주변 어딘가 옹달샘에 떨어진 꽃잎이 발효되어 빚어진 술단지라도 하나 있을는지····
사람은 한 번은 가는 것, 그날을 생각하며,
새삼 남은 날의 소중함을 느껴 봅니다.
고맙습니다. 별들이야기 님!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암만요
가지요
반겨주신다면
술병들고 갈 겁니다
영탑님!
늘 행복 하시고요
추영탑님의 댓글

貧處가 환하도록 달빛 밝히고
기다리지요.
소나무 울타리 아래서 도란도란 마누라쟁이들 흉이나 밤새도록, 아니 4박 5일 정도
보시자구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