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누군가 또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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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누군가 또 목숨을 끊었다 -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병원 장례식장 골목에서 한 사내가 토악질을 한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문자를 날렸건만
아무도 답문을 날리는 사람들은 없었다
사내가 힘겹게 게워 낸 토사물에 닿은 붉은 햇살
퉁겨져 나와 얇은 나뭇가지에 털썩 주저앉는다
죽음 앞에서 슬퍼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두꺼운 솜이불 같은 눈이 밤새 장례식장 골목길을 덮는다
다시 어둠이 푹푹 쌓여도 눈밭엔 발자국 하나 없다
창백한 국화에 파묻힌 사진 속 여자가 눈물을 흘리고
조그만 조위함 앞에 앉은 남자만 꾸벅꾸벅 졸고 있다
죽음 앞에서 아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털 빠진 병든 길고양이 눈밭을 헤치며 먹이를 찾다
첫날 초저녁 다녀간 사내가 쏟아낸 토사물을 먹는다
살아서 괴로웠고 죽어서 외로운 사진 속 여자가
고양이 앞에서 고양이 앞에서 붉은 울음을 삼키고 있다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발인 날 아침 영구차 뒤를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고 문자를 날렸건만
아무도 답문을 띄우는 사람들은 없었다
투명한 바람이 골목길을 돌고 돌아 나뭇가지 위에 앉는다
무게를 못 이긴 얼어붙은 붉은 햇살 떨어져 가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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