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보리(菩提)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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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보리(菩提)에 들다
꽁꽁 언 유배를 풀어 염장된 화석을 녹인다
한 겹 한 겹 비린 바다 살을 들추는데 남겨진 자존이 비수처럼 단호하다
거친 칼질에도 떨어지지 않겠다는 까닭은 치사량의 시간을 약속한 통속의 연애사일까
찬란을 누비며 수궁 절리를 평정했을 유선형 배를 가른다
속연의 산도를 걸어 본 적 없이 거친 물 파와 맞짱 한 판 못 뜬 저 죽음의 바깥, 그적 달마산 미황사
풍경 소리 바람결로 옷깃을 스쳤을 마른 알 주머니가 한순간 미료인이었던 홍채에 스민다
먼 이역
화산재에 담겨 모음을 잊어버린 잠의 알도,
누천년 깊은 잠이 든 여자의 양수 속 태동도,
속가에 묻힌 티끌이 없었으므로 지극한 불성이리
적소를 탐한 적 없는 어족의 기원이 후세에 닿아 긍휼을 듣는다
9시 뉴스 화면 가득 공중 화장실 검은 비닐 강보에 싸인 묵음의 울음을
경제를 창조하겠다는 나라님이 평화의 미소로 둘둘 감싸 안는다
수상한 시절을 잉태한 가임기에 살과 뼈에 쟁여진 비의가 울컥 비위를 적신다
댓글목록
양철붕어님의 댓글

깊은 숙고로 빚어낸 문장 행간마다 울림이 있습니다
심안으로 잡아낸 어절들
골짜기 모난 바위가 얼마나 굴렀길래 어느 여울에 조약돌로 드러눕는
아름다운 문장읽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김시인님...올만입니다
시인님이야말로 예쁜 구슬 같은 시어로 늘 독자의 감성을 울렁이게 합니다
멋진 꽃날 되세요...
김태운.님의 댓글

찬란을 누비며 수궁 절리를 평정했을 유선형 배를 가른다///
화려한 시어들이 마치 화륵 되살아난 굴비처럼 유영합니다
시어의 조합이 특히 멋집니다, 선생님!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봄이긴 한데 이 곳은 아직 추워요
이웃나라는 천재지변으로 난리던데
제주는 별일 없는지요?
이젠 오래 묵은 인연으로 옆에 계신듯 정감이 가는 시인님...꽃봄 되세요.
오영록님의 댓글

시어를 찾아 구만리 헤매었는데
구경을 못했는데요.
시란 이런것이지 하는 돌로 쌓은 성곽을 봅니다.
이봄 평안하세요..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오샘...쥐구멍은 어디있나요 ㅎ
오샘이 수정알 목걸이를 날마다 꿰시니 부럽기만 합니다
시샘에 물 마를 날 없으니 겨우 연명하는 제가 부끄럽기만 합니다.
멋진 꽃봄 하세요.
잡초인님의 댓글

굴비를 시어를 꿰어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 위한
수도 과정이 이렇게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멋진 발걸음 감사합니다
저는 황태 한마리 엮어볼까하는데..
황태가 최정신 시인님 굴비앞에서 까불지 말라고 합니다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초인님의 초석은 익히 달인의 경지입니다
놓아주시는 시 편마다 휘둥그레...
황태는 또 어떤 형태의 경지를 데려 올지 자못...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의 댓글

댓글이 수정도 안되고 삭제도 안되네요
제가 굴비앞에서 이러면 안되는데..쩝
굴비앞에서 황태야 까불지 말라고 합니다 인데
제가 실례가 안된건지
실례를 범한것 같아 죄송 합니다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실례라뇨...쑥떡처럼 말해도 콩떡 같이 알아듣는 눈치는 있답니다 ㅎ
뵙지 못했으나 풍기는 인향이 참 고혹하시다 느낌이 듭니다.
남은시간 환하세요.
허영숙님의 댓글

한 문장 한 문장 시인님 만 끌어 낼 수 있는 사유를 읽습니다
행간의 울림에 대한 답은
만나서 긴 대화로 풀어보도록 하지요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천번을 접어야 학이된다는데
닭날개 한 끝 접기도 힘드니
만나서 대화 좀 하면 나아지려나? 기대...
현탁님의 댓글

문장 하나하나가 빛이 됩니다
시란 이거다 행간을 더듭다가 사로잡혔습니다
꼼짝 못하고 몇 번을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샘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빈찬의 글에 과찬의 말찬을 남겨주니 감솨를...
현의 울림이 신선한 탁님의 미래는 황금 면류관...
많이 기대하고 있답니다...멋진 밤 하세요...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보리암은 이성계가 개국기도를 올려 나라를 세웠다죠
해뜬이님은 무엇을 기도의 주제로 올렸으려나?
갈 길이 머니 바램도 많았겠죠.
난 스러지는 싯점에 잠처럼을...올렸던 기억이...
삼천포라는 졸글 한 편 꾸린 남해는 절경이더이다.
달마산 미황사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 "김태정"의 그림자가 있는 곳,
홍삼 물개박수 소리로 며칠 빈 속이라도 배부르리라 전하오^^*
프레드리히님의 댓글

자,자, 가자는 그래서 그래서 끝까지 가보자는...시를 위하여 젊은이도 조금 덜 젊은이도
갑시다. 조금만 목소리를 줄이고 해뜬이식으로...조금만 더 조금 더 힘을 빼고...
밀고밀고 당기고당기고 풍으로...조금만요. 너무 큰 단어들을 조금 힘 뺀 단어로 바꾸고바꾸고.
돌리고돌리고,
근데 이모가 미쳤나? 참 나! 뭐 회춘하셨나요?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어떤 글이던 내게 오면 미완성,
밀고 당기고 빼고...즐거운 글 놀이가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고려시대였던가요.. 역모를 꾀했다는 죄명으로 유배살이를 살던 이자겸은
마른 조기에 '정주굴비'(靜州屈非)라는 네 글자를 써 붙여 자신을 귀향보낸 왕에게 진상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굴비라는 말이 생기게 된 유래라는 말을 어디선가 줏어들은 거 같습니다
이자겸이 마른 조기에 굴비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비(非)에 굴(屈)하지 않겠다’는 뜻이라지요
오늘의 이 혼란한, 그리고 가치가 전도된 하수상한 시절을 비판하는 시정신이
읽는 이로 하여금 정신을 맑게 하네요
굴비, 보리(菩提)에 들다
非에 굴하지 않는 정신... (屈非 ..올바름이 아닌 건 아닌 거지요, 죽었다가 깨어나도)
청기와집에서 호의호식하며 부정하게 취득한 권력을 누리는 어떤 이가 말하는,
창조경제가 도대체 누굴 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오직 서민들만 들락이는, 공중 화장실 검은 비닐 강보에 싸인 묵음의 울음만 요란합니다
깊은 느낌으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최정신 시인님,
최정신님의 댓글

역쉬 예리한 칼날로 말하고 싶은 의도를 꼭, 도려주셨습니다
결구를 말하고 싶어 이 글을 시작했는데 난감했단 고백을 남깁니다
평화의 미소, 염화미소, 고민했던 (그 미소는?)...지금도 결론은 못 얻었지만
불교적 용어를 차용하는 한계를 피하긴 했는데?
자유로운 서술을 하시는 시인님의 필력이 부럽기도 하구요.
상투적 인사지만 건강하시란 당부 드립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오히려 낮은 시안으로 시를 읽은 느낌
혜량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함께 글을 쓰는 문우로서..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정말이지 어느 시편은 시대를 관통키도 하고요,
당대를 초월하며 뼈 떨리게 만드는 영혼의 '레시피'로도 다가옵니다.
모 문예지의 추천시 한편을 10독 했다가 제 감수성에 절망하다가 (대체 먼말인지,이미지, 비유, 기미 등등 잡을 수 없다는)
시인님의 시편에서 기력을 찾고 물러갑니다.
어려워도 시인님의 내공 덕분에 읽을 때 뭔가가 서늘해져서, '레시피' 잘 배우고 갑니다. ^^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감수성에 절망하실 필요까지야...없겠지요
시가 뭘까요에 답은 모릅니다. 그러나 감성의 소통은 주요한 화두일겁니다
시앙보르님의 시편에서 다양하고 폭넓은 배움을 얻습니다.
창방에서 더 큰 열매를 수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