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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 그 길 위에 홀로 선 민들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광나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8회 작성일 16-04-20 12:26

본문

보도블록 그 길 위에 홀로 선 민들레/광나루

 

어디서 날아왔을까

온통 시멘트로 범벅된 도시의 길가

보도블록 사이에 간신히 몸을 드러내

노란 병아리 몸짓을 하며 서 있는 민들레

좋은 땅도 많을 텐데

왜 하필이면

이 작은 몸 하나 들일 틈도 없는 곳에 혼자 서 있느냐

 

지나는 발길 수없이 너를 밟아

젖빛 피를 토하며

쓰디쓴 입술을 내려놓고

부러지고 무너지고 아파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뿌리 깊었기에

하늘을 다시 보면서

이제는 꽃을 피워

그 가녀린 목으로 봄을 부르느냐

 

어디든 가고 싶어

그리도 가볍게 몸을 다듬이질하면서

함께 있어 들을 온통 노랗게 물들인

만지금(滿地金)이 좋으련만

시멘트로 뒤덮인 보도블록 그 길 위에

홀로 서서

가슴 없는 가슴에

한 바가지 물을 퍼부으려 기다리는 것이냐

 

살랑거리는 바람이 좋아

무심코 걷다가 멈춘 발길을 다독이며

마주치는 눈을 향해 미소를 보내면서

혼자 있어도

꽃잎 위에 쏟아지는 햇살 먹으면서

힘들여 만든 열매 하얀 모자 씌워

바람 기다리는 너는

정녕 봄의 휘파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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