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에게 사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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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등대에게 사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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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외구름 제 집 기어들고
물띠마저 바람 거두던 날
등대는 뻘밭에 알몸으로 누웠다
사월死月 같은 구슬을 불러보았다
그동안 먼 곳만 바라보았구나
구슬 미끄러진 갑판 이리 깊었을까
새벽녘 고시레는 닻으로 주저앉고
구슬은 더 이상 구르지 않고,
희미한 제 빛으로 서로 껴안았다
불똥같은 위성마저 비껴서자,
외눈은 뻘에 마지막 잠을 묻었다
원형이 침몰한 행성은 쓸쓸하다
한바퀴 돌아왔으나 뒷문은 열리지 않았다
물렁게처럼 제 껍질을 불렀을 것이다
구슬은 왕따처럼 유랑하고
조개껍질은 이제 해안가로 밀려가지 않는다
시간마다 울리던 종은
어두운 등대를 서성이며
넋건짐이 굿거리에 물미역으로 풀어진다
뻘밭은 여전히 축축하고
뻘밭은 여전히 어둡고
가슴을 여민 단추 터져나가는데
석회같은 시간 부서져만 가는데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등대에게 사월은...
2014년 이후, 4월은 그야말로 아픔의 달(月)이 되었어요
- 물론, 그 이전에도 4월은 잔인한 달이었지만
이 시를 읽으니, Marianne Moore 마리앤 무어 (美 여류시인)의 싯귀절도 떠 오릅니다
" 배에서 부러져서 선체 가까이 나둥그러진, 갈라진 돛대 밑에
비틀거리는 목동은 보았다,
땅에 파묻힌 노랑빛 (리본)
갈매기 한 마리,
바다의 쇠똥 풍덩이,
날개를 펼친 -
산호빛 발을 오무리고,
죽은 지 오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부리를 벌리고 있다 "
시인의 詩意가 꼭 그런 건 아니겠으나, (아니, 그렇게도 보이고)
4월 16일에 읽는 시는
저에게 그렇게 읽힙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사월=사건, 사월=혁명, 사월=세월
꿏피는 사월인데 그래서인지 너무 얼룩진 달입니다
그러고보니 총선은 4월이 맞지 않네요
희비가 엇갈리니...
감사합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어머니가 맛있는 떡이랑 반찬, 해놓았다고 내려와서 가져가라고, 전화를 하셨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세상은 이런데, 저는 대체 어떻게 무얼하면서 살아왔는지...
세계의 첨단, 일류, 세계 최초,는 대한민국이라는데, 대체 왜,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민주를 위해서 제대로 피 흘린 적도 없고요, 혁명을 꿈꾼 적도 없고요,
그냥 잘 살다가 어느날 허전해지니까 쥐뿔, 소설이나 시를 한번 써보겠다고 껄렁이는게
쪽 팔리고, 사람 짓 아닌 듯 싶고요, 그래도 그게 아니면 헬조선 버틸 자신도 없고요...
그렇습니다.
그나마 시마을 만난 게 제게는 행운이지요. 행복이지요.
피탄님의 댓글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T.S. 엘리엇이 그의 시 황무지에서 읊었습니다.
그가 말한 잔인함이란 이런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허나 세월 참 잔인하군요.
4월은 해가 가면 갈수록 살코기를 잡아먹고 뼈만 골라서 두고두고 썩힙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제주 4.3 때문에도 잔인하고요, 셀호 땜에도, 개노무 유병언, 제가 알음알음 돌아서
아는 이단 교주... 그 양반을 아직도 신으로 받드는 종자들을 보면 인간이 뭔가 싶습니다.
다가오는 5월도 잔인합니다. T.T
그나마 시인들이 있으니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시만 쓰는 시인 빼고요... ㅋㅋ)
목헌님의 댓글

사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기도 하군요
그러나 무지렁이들 사는 이 시대
빛 잃은 등대의 그 안타까움과 서글픔만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사는 곳에 어서 등대불이 환해지길 간절한 바람입니다
힘찬 하루여십시오^^
두무지님의 댓글

등대도 忙中閑 이 있었나요?
빛 잃은 등대는 死月의 아픔,
새벽녘 고시레는 무슨 소원 일까요,
고매한 시상 속에 잠시 멈춤니다.
많은 발전과 건필을 빕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아픈 사월을 가슴깊이 세기며
앞으로 이 세상에 잔인한 사월이
석회같은 시간 부서져만 가는시간이
없기를 기원 합니다
가슴아픈 사월에서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