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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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그림자
5분의 계절, 4분의 5시의 하루, 3분으로 된 죽음, 2분 안의 소용돌이, 그리고 1분 앞에서 목격하는 절박한 골목으로 이루어진 바깥의 사람들, 오후가 되면 색종이를 오려 그림자에 붙인다. 커지는 동공의 바퀴가 너른 반구에서 하필 벤치에 앉아있다. 빈자리를 얼마나 공허하게 빠져나가야 무거운 정적 밖으로 나가게 될까. 사물이 그림자로 들어가는 해질녘 비대해지는 권태와 풀잎사귀를 흔드는 바람의 모습 같고 그 여자의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런 어느 어제의 장소를 닮아있다. 이제는 불을 밝혀야 할 10초 전이거나 상관없이 들어오는 조명이라면 아무래도 벤치에 가 보는 게 나을 듯 싶다가 그런 날이었으면 바랐는지도 모를 일이 되었다. 이 앞의 1초 후라면 아마 계절과 하루와 죽음, 소용돌이치는 무목적성에 대해 말하려 했을 텐데 이제는 너무 멀리 왔다. 벤치는 여전히 지구에서 높이 매달린 그림자를 비밀스레 수집하고 있다.
2초 후에 그녀가 오거나 일면식도 없는 어떤 사람이 죽게 된다면, 그러니까 초단위의 태피스트리를 받게 되던 날, 억세게 쏟아지던 빗속을 걷던 기억에 엄지발가락이 시리다면, 우리와 상관없는 모호한 연관성을 설명하게 된다면, 아주아주 끔찍할 만큼 오래 된 2초 안에 갇히게 되고.
평생 느껴보지 못한 최악의 고통에 대하여 2초라 말할 경우, 벤치에 머물러 있는 허전한 지구의 비밀처럼, 색종이 바람은 한 번도 잠든 적 없이 꺼진 적 없이 사라지지 않고 여기와 근접한 장소에 있고, 어느 4분 안에서 발트해나 카리브해를 지나왔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그림자가 벤치를 지나던 것을 비밀이라 말하는 방식의 습성이 있을 뿐이었다.
당신은 5분 밖에서, 말하자면 너무 오래도록 사무치게 지린, 낡았거나 늙은 비밀이다.
이제는 최면에서 깨어야 할 시간이에요. 서서히 문 앞으로 다가가서 2분 안으로 걸어 들어올 그림자를 만나러 갑시다. 그럼 준비가 되었다면 쉼 호흡을 길게 들이고 숨을 뱉어보세요. 바람에 밀려가는 1분이란 상황을 지구 밖으로 보내주세요. 서서히 벤치를 일어나듯 깨어나는 겁니다. 우리의 지구는 안전한가요.
2016.04.17.
댓글목록
프레드리히님의 댓글

뭔가 있는데...있긴 한데...분명 쥐어 준 것이 있는데...이런 시를 자폐적이라고 말하는데...결국 최면 속에서 5분간의 체험을 말하려는 것인데...최면속에 주체가 있고 지금 숙면하는 자는 그림자이고...그렇다고 이 자폐적 발상이 과연 시로서의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하여는 숙제로 남을 것입니다. 전위적인 것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가치가 있으므로 그렇다고 치자...라고 읽고나면 뭐가 남을지요? 잘쓴 시와 좋은 시의 차이점도 많이 생각해야 할 시간에 자폐이니 자폐가 아니니 그런 종류의 토론은 의미가 없겠지만요.
시의 종류
좋은 시 : 쉽고도 잘 읽히는 시
더 좋은 시 : 어렵고도 잘 읽히는 시
안 좋은 시 : 뭐가 있긴 있는 듯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자기만의 독백 같은 시
어오님의 댓글의 댓글

zZ -_ ㅡ +
결국 안 좋은 거네, 라고 말할려고 길게 멘트 붙여놨어요?
ㅋㅋㅋㅋ
글은 별로지만 배경음악은 죽이지 않나요?
활기 찬 하루 되시고, 생각의 성향이나 방향은 늘 `레볼루션'에 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용을 봐 봐요, 그럴 듯 하잖아요 ㅋㅋㅋㅋ
문장력은 별루지만, 어쨌든 좋은 음악 공유하자고 잠깐 끄적여 본 거임.
프레드리히님의 댓글

그 능력으로 좋은 시 쓰면 금방 메이저감인데요.
안세빈님의 댓글

여전히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시를 쓰십니다.
소설,시등 많은 장르에서 죽죽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참,^^건강하시지요?
제가 칩거기간이 길어져 창작방 문우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