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 면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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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 면전에서 / 테우리
여태 이럴까 저럴까 흐느적흐느적 사방팔방으로 먹칠하며 오지랖만 제멋대로 키워버린
문어발 같은 생각이다. 이제부터라도 물렁한 팔족八足의 사족들 추스르고 다듬어 단단히
압축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물론, 직립의 영장 그 애초의 속성으로
더운 날엔 숭숭 뚫린 살갗으로 바닷바람 솔솔 축이고
추운 날엔 어머니 미소 같은 햇살 살살 쪼이면
제격일 것 같은,
문득, 불과 물이 혼으로 섞인
제줏돌처럼
한라산 같은 두상엔 허름한 벙거지 하나면 만족하겠다는 생각이며
비룡의 눈망울로 세속의 경거망동을 세세히 살피려는 생각이며
바다를 닮은 귀로 파도의 원성까지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이며
오름처럼 내민 콧대로 대대손손 번성하길 바라는 생각이며
부처처럼 굳게 다문 입술로 늘 근엄해야겠다는 생각이며
통틀어 어쩌다 하르방이 되어버린 대장부의 생각이며
보라! 생생히 새겨놓은 육식六識의
이 각 저 각들
' 하르방, 어드레 가젠 생각해염수광?'
' 가긴 어드레 갈 말이라, 여기 꿈짝 안 허크라!'
세찬 풍파에도 한 치 흐트러짐 없는 저 묵직한 근성
만대에 존경을 받아 마땅하겠구나싶다
자! 이제부터라도 저 돌하르방처럼
고집스럽게 살아볼까
천년 만년 이 섬과 운명을 같이하며
하늘 우러러 제자릴 지키듯
분수껏!
댓글목록
잡초인님의 댓글

'오름처럼 내민 콧대로 대대손손 번성하길 바라는 생각이며'
신혼여행때 제주도 가서 집사람이 하루방 코를 만지고
아들 둘낳고 살고 있습니다 돌하르방 면전에서 감사 드립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경 해여수광?
우린 하도 많이 뵈어서 그냥 동네 하르방이겠거니 합니다만...
효험이 계셨다니, 천만다행입니다
잘못하면 된통 욕 먹기 쉬운데, ㅎㅎ
감사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저는 딸이 필요했는데
아들 두놈이라 재미 없습니다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애구, 저도 동병상련입니다
딸이면 책임질 텐데...
유구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