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가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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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가 익는다
어둑새벽 어판장, 한껏 벌린 드럼통의 입속에 불을 놓는다
부서진 고기상자를 통째로 집어넣는다
체한 듯 불길이 거친 숨 뱉어내자
발을 구르며, 손을 불며
회항할 배를 기다리던 아낙들 모여든다
고기 사러 나온 사람들 모여든다
동그랗게 둘러서 불을 쬔다
갈피를 잃은 연기가 매꿰하다
오빠 언제 오셨데요?
양미리 따던 친구 동생 인사와 함께 양미리 한 대야 퍼 온다
드럼통 위에 석쇠가 얹히고 양미리 얹힌다
생선 살 익는 냄새에
따라 나온 멍멍이 끙끙거리고
근 일 년 비린 맛 못 본 눈발이 달려온다
허벅지 꼬집어가며 밤을 새운 가로등 불빛이 군침을 삼키고
신문배달하고 오는 외눈박이 오토바이 달겨와 입맛을 다신다
양미리 노릇하게 익고
드럼통은 붉어지고 아낙들의 수심이 녹고 풀어놓은 수다가 익는다
익은 양미리 한 마리씩 들고 바르며
양미리로는 성에 안 차는지 꺼멍 묻은 입술에
새침때기 오리나루 댁 뼈만 남고 어물전 최 여사 뼈까지 씹힌다
통발 손보던 아지메 더 씹고 까발리라고
다리 떨어진 홍게 몇 마리 올린다
홍게는 더 붉어지고
씹히던 오리나루댁 엉덩이 실룩거리며 오고
쉬쉬, 기다리던 배가 들어오고
하얗게 타 재가 된 수심이 말갛게 날린다
갓밝이 자맥질한 바다, 저 끝에는 눈 비비는 하루가 비릿하고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하늘 기운이 다스리는 인간 본성의 열림,
또 높은 기운이 내려와 다스리는 심성의 진폭,
끊임없는 적응과 대응은 누구의 손아귀에서
높은 열림으로 가는지 그리고 높은 하늘 관문의 진입로를 바라봅니다
천성의 임합이 축복과 함께 하던 기억을 열려합니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잠언같은 소리라 어찌 처신해야될지
그저 고맙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거기에 비릿한 호숫가 생각은 굽지 않았나요?
윗줄에 멋진 글줄에 주눅이 들드느군요
인사만 남기고 전 이만 나갑니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안녕
바람에 신호등 몇 개 넘어가지 않았남?
그래야 좀 바쁠텐데ㅎㅎ
오영록님의 댓글

수다가 폭 익어야 경기도 살아나고
살맛나는 세상이 될터인데요..
평안하지지요..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두루 좋은 일만 하고 다니시니
천국행은 따놓은 당상이고
초대권 나오면 나도 한 장 주이소
부탁하옵니다 까마귀 좋은 게 뭐 같소ㅎㅎ
현탁님의 댓글

나도 드럼통 앞에서 양미리 뜯으며 수다 익히고 싶다
달콤한 수다가 맛깔납니다
香湖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양미리 철 되면 한번 갑시다
만원어치만 사면 실껏 먹을테니까
제가 살께요ㅎㅎ
잡초인님의 댓글

수다가 익어가는 香湖시인님 방에서
맛있게 구우신 양미리 한쪽 얻어먹고
감사에 인사만 전합니다
다음에 만원어치 사실때 꼭사리는 안되는지요^^
감사 합니다
香湖님의 댓글

네 하시라도 환영입니다
손가락만 있으면 됩니다
양미리는 손으로 들고 먹는 게 제맛이 거든요
꼭 오시소
개락졌을 때 현지에서는 대여섯이 둘러서도 다 못먹을 낍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