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새들은 날아간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그러므로 새들은 날아간다
내 시에서 잘 모르는 사람의 애통이 사라지고
천만다행이다 |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졸아라
고운기
점심때 구내식당에 내려가면
밥을 받는 동안 아는 얼굴들이 자꾸만 눈짓을 한다
식판을 들고 어정쩡하게 끼여드는데
마침 반쯤 넘게 먹고 난 다음이면
대체로 선배인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는 신병훈련소 식사 때보다 더 빨리 수저를 움직여야 한다
제기랄, 속으로 짜증이 난다
혼자 먹게 내버려둘 수 없나
똥쌀 때 혼자인 것처럼
그러나 이율 배반이다
나는 무리의 자식일 뿐이었다
학교라는 조직에 들어 넥타이 매고 출근하고, 학회에 가입하고, 문단에 나가고, 동인을 만들고 게다가 없던 모임마저 새로 만드는 데 동참하고, 나는 거기서 먹이를 얻고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러면서도 귀찮다니, 혼자인 게 좋다니, 떠드는 건 아무래도 얄팍한 뒤집기다
밥을 먹고 식당을 나오며 곰곰 생각한다
혼자라는 희망은 나에게 분명코 허위였다
큰 먹이는 여럿이 모아 얻어내고
그 가운데 조금 내 몫 챙겨 돌아서며 안도했었다
계단을 오르며
이미 구수하지 않은 밥 냄새를 뒤로하며
나는 반성한다,
졸 때 혼자인 것처럼
죽을 때 혼자인 것처럼
혼자서
혼자서.
문정완님의 댓글

여기 창방에서 만나는 것이 참 오랫만입니다 활.
요즘 시에서 물의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깊은 곳에 가닿으면 평범해진다는데 그 평범이 범상을 압도한다든데
좋은 시 읽습니다
한주 첫날 멋지게 던지시길.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뉘신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뒤로 잘 부탁합니다. 가을이 스멀스멀 기어오는군요.
사는 재미가 온통 울긋불긋 하십시오.
안희선님의 댓글

이경록 시인이 환생했나 했다는요
이경록 시인의 <새>를 무척 감명깊게 읽고,
그 느낌을 <내가읽은시>에도 올린 적 있었지만
그 새가 한참 업그레이드 되어,
새로운 날개를 펼친다는 느낌
늘 여여하신 모습, 좋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강 . 건필하세요
잡초인님의 댓글

역시 활연 시인님의
발걸음은 늘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활연 시인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많이 배우려 하지만 모지란 머리와 생각을 가진것 같습니다
가끔오셔서 시마을 문우들에게 좋은 시 감상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은린님의 댓글

한동안 걸음이 안 보여서 그냥 궁금했는데
폭포수앞에서 득음하신 듯 합니다^^
물흐르는 듯 시원하게 잘 읽히는 시
반갑게 감상하고 갑니다
활연시인님^^
활연님의 댓글

요즘은 별로 시와 안 친한 척 살아보려 하는데
살 속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처럼, 늘 스멀거리는 게 있지요.
뭐라고 자꾸 쓰지 말자, 다짐하지만
속절없이 분화구가 솟기도 합니다. 창방은
밝은 쪽으로 난 창 같기도 해서, 멀리 바라보면
세상 아름다운 사물들이 춤을 추는 듯싶지요.
안희선님
잡초인님
은린님
단단하게 익은 가을들로 넉넉한 추수가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