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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겐 손수건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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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44회 작성일 17-08-29 09:11

본문

그대에겐  손수건이 있나요?

지난 봄,  나보다 먼저 앉은 꽃잎을 쓸어내고

벤치 위에 펼쳐주었던,

끝내는 그대의 손에 게양되었던 이별의 깃발,

달려오고 달아나는 땀방울만 닦아

눈물을 따르다

말라붙은 콧물의 굳은  심지를 알길 없는,

이제는 향수 냄새 가득한 호주머니를 뛰쳐나와

나프탈렌 닳아가는 옷장 서랍에서

접어 둔 기억을 수납하고 있는

모두 한 때처럼 나부낌이 떠나간

반듯하고 참한 손수건이 있나요?

코 묻은 이름을 진 자리에서 마른 자리로

눕혀 주던 젊은 엄마의 젖은 손과

생살에 새기고 싶던

바늘 스미는 통증이 고맙던 초성(初聲),

지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몰래 간직하고 싶어서 닦아주던

별들의 체액이 있나요?

눈물, 콧물, 깨진 무릎에 맺힌

산딸기 알갱이까지 따 먹고

그 손수건 무럭무럭 자라

오늘 밤 이불이 되었네요

글씨들의 걸음마로 수 놓은

꽃 편지지 체구의 손수건이

이제는 어엿한 이불이 되어

두툼한 흙을 끌어 덮고

죽고 싶은 밤을 송두리째 훔치는

그대에겐 손수건이 있나요?

강아지처럼 함께 자라서

이제는 내 슬픔보다 더 큰 혓바닥으로

핥아 주는, 큰 개 같은 손수건이

그대에게도 있나요?

 

팝콘처럼 부푸느라 뒤척이던 꿈이

어디론가 튀지 않도록 덮어주던,

밤을 세워 발효 되는 슬픔의 식혜가

천천히 단맛에 이르도록 가만히 안아주는

이제는 다 자란 손수건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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