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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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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8회 작성일 16-04-06 23:35

본문

버려진 화분에 배추를 한 포기식 키워
김장을 했다는 전기 가게 노 씨,
먼 친척이 횟감을 담아 보냈다는
폐 스티로폼에 상추를 심었다.

아침마다 조리에 물을 담아
샤워 꼭지를 틀 때마다
산란한 햇살,
은어떼가 몰려온다.

노 씨의 아내는 가게 앞에 노점을 펼쳤다.
콩 한 박, 보리쌀 한 박, 깐마늘 한 박
참깨 한 박
봉분마다 저녁노을이 들고
한 생이 바람 앞에 저문다.

그들의 저녁 식사에
삐쭉이 고개를 들이밀었더니
멀건 시래깃국에 된장 쌈을 먹고 있다.
고추 하나를 막 베어 문 노 씨,
금방 내린 원두커피를 내민다.

나의 하루는 12시간의 노동 끝에
비로소 허리를 펴고 커피잔을 받아 들었다.
노 씨 부부는 드라마에 눈길을 맞추고
무언의 웃음으로 대화를 한다.
나는 자꾸만 휴대전화의 알림에
온 신경이 곤두박질친다.

만져보지도 못하고
통장의 숫자놀음으로 사라지는 잔고
노 씨 부부의 밥 한술 뜨고 가라
말을 뿌리치고
퇴근길에
공복에
나는
술집의 간판들을 자꾸 뇌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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