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ㅡ토피아 /백담 김희광 > 창작시

크린ㅡ토피아  /백담


종소리 아직 울리는 언덕교회 박목사의 옷,
종일 답답하기만 했던 무당의 색동 옷,
화장 냄새 짙은 티켓다방 정양의 옷
향내 아직 풍기는 스님의 재색 법복,
고샅고샅 살아가는 일당 잡부의 흙 묻은 옷
분필가루 잔뜩 묻은 양덕원 분교 교사의 옷
서로 다른 주인을 섬긴 옷을 대형 세탁기에 돌리면
한 동안 신분을 섞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가
시커먼 욕심들이 원심분리된 뒤에야
인간의 냄새가 이탈한 께끗한 섬유로 돌아온다
채 버리지 못한
굳어버린 습성 쯤이야 인두로 지져 다려주고
세상의 먼지 묻지 말라고
투명덮게를 씌워 횃대에 걸어주면
무당, 목사, 스님,교사, 노동자, 옆 다방 미스 정
평균대 같은 긴 옷걸이 아래 평등하게 잘도 산다
만물세탁소라고 붉게 쓰인 유토피아
세상이 뻔히 보이는 유리문을 나가기 전 까지는....

●크린ㅡ토피아;  세탁과 유토피아가 합친 최신 합성어
  로 모 업소 상호와 상관 없음을 밝힙니다
  예)  아쿠아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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