望父鷄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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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父鷄頭
아버지 늘 비실비실한 날 나으시고 시름이
드문드문 하시던 열 다섯 해
봄볕도 뉘엿 넘다가 울컥 넘보던 어느 초저녁 장날
튼실한 씨암탉 한 마리 사오시더니
‘꼭 붙잡아라’ 하시더니
식칼 번뜩 내리찍으셨다
닭털들 사이로 발악하는 닭살의 꿈틀댐이
몸 주지 않겠다 작정한 절개처럼 요동 대고
댕강 잘린 울대 도마판을 몇 번 난도질하니 솟구치는 핏줄기에
혼이 날아가고 식겁한 내 팔은 부들부들
‘어이구, 사내새끼가 뭐 이리 겁이 많노?’
뒤통수 냅다 치시고는 닭모가지 확 잡으시더니
끓는 솥에 ‘텅’ 던지시고 뚜껑 ‘탁’ 닫으셨다
저녁으로 나온 황기 삼계탕
누렇게 뜬 나는 짐짓 사춘을 극복한 어른처럼 어깨 펴고
아버지와 상을 마주했지만
놀란 가슴 아직 덮지 못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니 나를
건너 눈길로 애처로이 보시던 아버지
괜스레 아이 기 살리려다 기 죽인 듯
아무 말씀 없이 꾹꾹 말은 삼계탕만 퍽퍽 푸시고
어린 누이는 닭뼈 쪽쪽 빨며
‘오빠야 왜 안 묵노, 참 맛있는데’ 하이, 어머니
쿡 찌르며 째려보는 눈매에 닭뼈 물고 멍해진 누이
아버지 나 어머니를 닭가슴살 벌리듯 쭈욱 훑고는
‘오빠야는 참 닭 안 좋아하지’라 덧붙이니 아버지
‘니 묵으라고 잡았으니 마이 묵어라 니 오빠는 그래 닭고기 안 묵잖아’
묵직히 말씀하시고는 상 거두셨다
그러시고 서른 다섯 해 세상도 거두셨다
닭모가지 거두듯 피 튀기게 사는 이 세상은
새벽이 와도 달라지는 건 없고
이제는 겁 없이 살기가 더 두려운 나이가 되어
때론 기 빠진 수탉처럼 코너에 몰릴 때마다
아버지 아버지
무서운 우리 아버지
내 등짝 퍽퍽 내리쳐 주시면 좋으련만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엄격하시던 아버지도 가시고 나면 그리울 때가 있겠지요
제 부친은 아직도 뻥뻥 정정하시니 그리울 정도는 아닙니다만...
괜스레 재뿌린 듯하나 제겐 아직 때가 아닌 듯
송구스러우면서도 잘 감상햇습니다
한드기님의 댓글

김태운 시인님.
개인사를 드러낸다는 것이 뭐 좋겠습니까만은
저에겐 씻을 수 없는 불효가 돌아가신 아버지께
남아 있습니다.
때론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 아닌 게 원망스러울 정도로...
아무튼 부족한 졸시에 마음 주신 따뜻함
고맙습니다.
제주 유채꽃이 보고 싶네요.
건안하시고요,
강건하신 그대로 강인한 작품 늘 잘 감상 잘 하고 있습니다.
심월님의 댓글

그 심정 십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나의 아버님은 모질지 못하셨습니다.
닭모가지 비트는 게 쉽지 않습니다.
누구는 깃털 하나로 간단히 해결하는 것을...
저도 겁이 많아 첫닭을 잡을 때 애먹었습니다.
아버지보다는 제가 더 독한가봅니다.
아버님 생전의 음성이 그립습니다.
한드기님의 댓글

아이쿠, 인사가 늦었습니다. 심월 시인님.
네 저도 아버님이 많이 많이 그리워서요.
어느 날 문득 적어본 겁니다.
파크골프로 원기회복하시고요.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