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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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어시장 가판대에 누워있는 고등어는
바다가 자기를 추방했다고 푸념 석인 펄떡임을 하고 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바다에 있었는데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자갈치에 와서 목청높이는 사람들보다 더 큰 움직으로 이러고 있다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에게 원래 있던 자리로 날 데려 놓으라고 소금기 가득한 물방울을 튕기고 하다보면 시장 장바구니 들고 있는 아줌마의 매서운 눈초리에 온몸이 굳어갔다
벌어진 아가미 사이로 바다의 기억이 비틀거리며 들고 난다
고등어 옆에 누워있는 생선들도 돌아가고 싶은 갈망으로 들리는 뱃고동소리 따라 아무도 모르게 바다에 잡시 갔다 온 줄을 모른다
좌판대에 누워 있는 생선들은 앞날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성질급한 고등어만 모르고 있을 뿐
바로 옆에 있는 생선한마리가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나가는 것을 보고
그 떠남을 막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낀 현실을 보고
자신도 떠나갈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바다를 잃은 몸에는 더 이상 바닷냄새를 만들지 못했고
공기 빠진 부레는 더 이상 몸을 부상시키지 못했고
자갈치의 생선들은 더이상 바다를 기억해서 안 되는 운명인가
파도치는 바다에 잠시라도 다녀오면 안되는것인가
2
오늘 아내가 구워주는 고등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뼈와 살을 불리하면서 먹고 있는 이 순간이 고등어의 짧은 삶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직도 나에겐 살아내야 할 세상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내를 따라온 고등어의 눈알이 뿌옇게 흐려진다
나의 눈에도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뿌옇게 흐려진다
다행히 희망이라는 두 글자에 근력이 생겨난다
근력이 단단하게 커지면 앉았다 섰다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된다
바다를 옆에 두고도 바다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잠들어가고 있다
저 사람들의 바다는
바쁜 일상이 출렁거려 잠시 밀려나면
바다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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