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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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사는 원숭이는 어둠이 내리면 저편 어둠의 산 속 밀림을 향해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낯에 사람들이 제 닮은 모습 보고 깔깔 되면 환멸에 못 이기는 몸짓으로 울분을 토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철망을 뚫으려고 흔들면서 밀림 쪽으로 그들만의 언어를 보내고 있다
밀림은 바로 코앞에 있다
밀림을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무리를 이루어 좁은 우리 안에서의 서열 싸움에도 종종 피비린내 나는 상처가 생겨나기도 했다
인간처럼 손을 움직여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어둠의 산자락 높은 곳에 올라가 밀림의 식구들과 어울려 한바탕 놀면서도 두 손 사용이 인간이 하는 행동과 같아질까
조심하고 또 조심 하면서 돌아오는 밤이면 사람들이 던져 놓은 과자 부스러기 위로 눈물 한 방울 흘려내고 잠이 든다
잠 속에는 철망이 없었기에 푸른 나무잎 무성한 보금자리 주변을 일일이 살피며 살아가는 일이 제일 행복한 일임을 별빛들이 증명해주었다
그는 행복하게 잘살라고 말해주는 사육사의 허언을 듣고 싶지 않았다
위해주는 척 하지만 결국 철망 안에 잘 가두어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기에
사육당하는것, 인간을 사육시키려면 이 철망 안에서 몇칠이나 살아낼까 하는 생각에 원숭이 족은 위대한 종족이라는 자부심에
꼬리를 휘이 저어본다
사람들이 던져 먹으라고 주는 저 먹이는 사람들 자신의 만족을 위함이지 원숭이 족을 위한 마음을 품은적 없겠지
멍하니 바라보는 어둠의 산에 별들이 하나둘 불밝힐 때 강물같이 마음도 흘러간다
저 멀리 불꽃 축제의 빛들이 더 슬프게 팡팡 하고 터지는 순간
밀림에 살다가 이민온 아프리카 사람의 피부에서 고향의 안부를 물어본다
가고 싶어도 갈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듯이.
동물원 원숭이는 어둠의 산속 깊이 들어가 둥지하나 마련해 놓도 아침에 돌아 왔다
아프리카 밀림은 동물원 원숭이족의 신앙이자 신이기에 오늘도 경배를 올리며 뛰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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