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향기는 슬픔으로 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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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향기는 슬픔으로 말하고 / 안희선
화창한 봄날,
햇빛 가득한 눈부심 속에서
부드러운 바람결에 실려 온
목련꽃 향기에
나는 꿈 같은 파도가 된다
청순(淸純)한 해안의 기슭에 닿으려는 듯이
황홀한 신앙과도 같았던 믿음이
아직도 숨쉬는 금빛 물결은
아름다웠던 시간들로 출렁이고,
나는
지나간 시절을 잠재운 바다가
해조음(海潮音)으로 노래하는
멀어진 사람의 탄식에 귀 기울인다
아, 이제서야 우리들의 해안에 닿았나요
나는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다,
수 많은 밤들의 암흑과
헤아릴 수 없는 한낮의 정적에 씻겨
이제는 기억조차 아련한 물거품이 되고
해마다 봄의 꽃향기로
잊혀진 나를 달래며
바다 속에 슬픔을 잠재운답니다
몸부림치는 영혼은
그렇게 목련꽃 향기로
최후의 포옹을 하고,
세월은
나를 다시 멀리 달려가는 기차의
바퀴소리로 밀어버리고
그래서
더욱 진해진 향기는
슬픔에 지는 꽃잎 속에
추억처럼 잠겨버리는,
이 화창한 봄날에
어디선가
또 다른 연인(戀人)들은
황홀한 속삭임을 다정스레 나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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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부지런하고 공들인 시력과 시어에 박수를 드립니다.
좋아하는 단어들이 거의 다 들어있어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기분입니다. 완행열차의 거친 바퀴소리도 그렇고요~
편한 주말 밤 되세요. ^^;
안희선님의 댓글

요즘의 시류 詩流 . 時流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글 (웃음)
근데, 아마도 노을 빛 나이 들어가는 탓이겠지요
가끔은 아름다운 절망 같은 그리움이
가슴을 치고 들어올 때가 있더라구요
귀한 말씀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앙보르 시인님,
두무지님의 댓글

목련꽃 향기!
그 영혼은 무얼까요.
깊은 시상에 함께 젖어 봅니다.
잘보고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목련은 그 절정의 순간에 아무 미련없이 몸을 던지는 꽃..
그 어떤 처연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요
자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무지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