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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호박파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48회 작성일 16-03-26 10:16

본문

[시]            노란호박파이
----------------------------------------------------
                             시앙보르

아빠가 잠깐 차에서 기다리래요
엄마랑 같이 납골당 알아보러 왔거든요
외할머니는 병원에서 먼 산만 바라보죠
 
어른들은 믿을 수 없어요
잠깐의 길이가 글쎄 몇 분 몇 시간인지, 쳇
게임기를 던지고 차에서 내렸어요
 
새걸음으로 납골당 안에 들어갔죠 
등골이 조금 오싹했어요
안에 저 밖에 없었거든요
돌아나오려다 사진 하나에 어깨를 잡혔죠
 
사진은 제 또래 얼짱 아이였어요
아이 뒤로는 개나리가 활짝 폈더라구요
개나리도 웃고 아이도 웃는데,
정말 기분 묘하대요
 
깜짝 놀랐죠
등 뒤에서 아빠와 엄마가 서있더라구요
엄마가 슬픈 눈길로
제 팔을 끌고 나갔어요

 
해맑은아파트 뒤편 파리바게트에 들어갔어요
부모님은 빵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저는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치만 왠지 노란 치즈바게트랑
노란호박파이가 있길래 그걸 먹겠다고 했죠
엄마의 입이 조금 벌어지대요
 
아빠는 아무 말도 안하더군요
엄마도 그렇고요
안먹고 제가 그냥 나왔거든요
사진 속 개나리만 계속 피어대서요
제 입 안에서 노란 꽃이 핀다면 
큰일 아닌가요?

추천0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간과 공간이 정지된, 납골당..

때로는, 그 공간에서
우리들은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게 됩니다

추억도 그런 권속인 거 같구요

채 피지 못한 망자의 꿈처럼,
파리바케트에 놓여진
노오란 호박파이...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서
문득 느껴지는 어떤 그리움

뭉클해진 가슴으로 읽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거참 아이치곤 상당히 감성적이네요
글쎄 어른들이야 현실에 급급하기나 하지

저도 아이가 되어 총총걸음으로  납골당 사진에 핀 노란 개나리 훑어봅니다
감사합니다

카프카007님의 댓글

profile_image 카프카00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극대사같은 문장들이 인상적입니다
근데 스토리에 대한 이해는 솔직히 안됩니다
보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 산문투의 짧다란 지문들을
대사 중간중간에 넣어보면 어떨까요
독자들의 가독성을 위해…
좋은 글 감상하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책벌레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빠가 잠깐 차에서 기다리래요
엄마랑 같이 납골당 알아보러 왔거든요
외할머니는 병원에서 먼 산만 바라보죠"

누구 납골당이요?
혹시 저?
저 아직~~ㅠㅠ

(제가 또 이렇게 우스갯소리가 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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