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을 치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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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風葬을 치르며 / 금테우리
화창한 날,
창가에서 며칠 묵은 이불을 털고 있다
아니, 이순에 붙들린 세월이 잠시 깨어 제 둥지에서 툭툭 홰를 치며 몸뚱일 털고 있다
엄지와 검지의 부리로 틈틈이 박힌 하얀 깃털을 고르고 있다
미련의 새치들 이소離巢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새 주검이 된 날빛 혼백들
훨훨 허공을 날고 있다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이불과 풍장의 매치가 선명합니다.
펜과 동행한 시간이 아주 길다는 느낌입니다.
편한 주말 밤 되시길 빕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

마침 날이 좋아 이불에 붙어살던 제 살점이랑 새치들을 털고 있었답니다
이미 죽었던 것들이지만 저승으로 떠나보내며 풍장을 치렀지요
감사합니다
김 인수님의 댓글

풍장에
피안에 깃들었던 수많은 생들이 아마도 부고장을 써두고 갔다는 생각
밤망이로 탈탈 떨어야 그 부고장, 서간문들이
낙엽처럼 떨어질 것입니다
재밋게 묘사하신 시편
즐감하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맞네요 부고장 같네요
그렇지만 내 살점이라 생각하니 더 측은하기도 하고, ㅎㅎ
희끗한 것들이 제법 비치는 바람에 툭툭 몇대 갈기고
핑계에 제 둥지를 떠나보냇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