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으로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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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를 내려놓고 수천 년
혼자서 저녁 산책을 나섰습니다
개나리 노란 등불을 내걸고 망울을 터트린
목련이 수줍게 웃고 있었습니다
웃음소리가 너무 환해서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당신을
입 밖으로 불러내고야 말았습니다
첫눈 내리던 날의 시계탑
우리가 즐겨 들렀던 찻집
손잡고 함께 걸었던 고궁
내 얼굴 목소린 기억 하나요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돌아나가는 간이역
목련 나무 아래서 찍은 사진
아직 당신 사진첩에 꽂혀 있나요
목련 꽃잎 하나 발등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사랑이 떠난 시든 몸처럼
꽃잎 주워 가만 들여다보면,
나를 사랑하느냐고 당신은 또 묻습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고 수천 년
댓글목록
현상학님의 댓글

고즈넉한 목소리가 좋습니다.
이경호님의 댓글

달달하당...
제대로근(불수의근)이 입꼬리를 실룩이게 합니다.
광화문 해태처럼 씩 웃고 갑니다.^^
인디고님의 댓글

앞만 보고 달려도 짧은 생, 돌아다보면 안 되는데 자꾸...
이거 늙었다는 자백 같아서 영...꺼림칙합니다
인디고님의 댓글

해태처럼 씩에 입꼬리가 ...
요즘은 좀 쉬시는 거 같애요
하긴 쉴 때는 쉬어야죠
시 신이 강림하실 때까지...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쉬긴요... 마지막 글 올린 게 사흘전입니다.
그것도 두 편이나... ㅋ
일주일 한 개가 목표인데 오버해서 3월달에만 열 편.
즉, 평균 사흘에 한 번 졸시를 배출하는 어이없는, 쓸데없는 짓을 했어요.
저는 많이 올릴수록 점점 조악해지더라고요.
다독, 다작, 다상량에서 다작은 빼자입니다.^^
인디고님의 댓글의 댓글

보통 시인들이 5년에 시집 한 권이면 부지런한 경우죠
대략 한 달에 한 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면...아 이거 계산이 아주 복잡해집니다
3다가 문젭니다 한데 시마을 최우수작을 연거푸 가져가신 경호님의 경우라면
3다에서 자유로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습니다 거시기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