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1> 물안개 > 창작시

  물안개

  정민기

  어찌 된 일인지 두문불출하던

  물속의 안개가 오랜만에 외출한다

  핸드백처럼 수증기를 어깨에 낀 채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이리저리 한번 기웃거리더니

  두 발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같이 여행이라도 가자는 듯

  호숫가에 드러누운 나무를 깨운다

  물그림자가 시시티브이처럼 촬영한다

  바람이 불어오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

  자꾸만 출렁거리는 호숫물을 바라본다

  나뭇잎이 공중에서 인디언 춤을 추더니

  잔잔한 호수 위에 첫 키스하고 만다

  따라 나올 수 없는 저 물결,

  물안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