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와 딱새(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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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와 딱새/손성태
딱새 한 마리 간신히 가시나무에 내려앉는다
매발톱, 할딱거림 위로 서늘히 스쳐가고
뚝, 그친 초록의 이파리
햇빛에 찔린 가슴이 터질 듯 따갑다
하늘은 파랗고, 매 매 보라매가 맴돌고 있다
쓰르라미 울음소리가 이파리를 흔들자
빛들이 산란하며 가시 끝에 반짝이고
허기진 울음을 콕콕 찌른다
가슴이 붉은, 딱새의 눈꺼풀에
보라매가 검게 감기고
햇빛도 반쯤 꺾기고
산비탈의 초록도 누렇게 피어오른다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
설핏, 헝클어진 깃털을 매만지고
두리번거리기도 귀찮아졌는가, 모처럼
가지를 움켜쥔 양발만이
가시와 함께
시퍼렇게 깨어있다
나무벌레를 파먹던 쓰르라미를 쪼아 먹던 부리
몸을 찢는 핏빛 소리에 소스라쳐
덜컥, 고개를 들어 보는데
가시에 찔려 누렇게 바래지는 산기슭
흐려져 가는 햇무리에
스르르 눈을 감는 가슴이 붉은, 딱새
가시나무가 안고 있다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정갈스러운 시안과 딱새의 비선을 닮은 연과 연들,
잘 감상하고 물러갑니다.
배경음악처럼 귓전을 간지르는 사운드도 마음에 듭니다.
편한 휴일 되시길 빕니다.
정유찬님의 댓글

가시나무도
딱새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으로
덕분에 잘 감상하고 갑니다..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
손성태님의 댓글

시앙보르님, 귀한 걸음 고맙습니다.
몇달 전 이미지 행사에 쓴 글을 퇴고해서 올린 시입니다.
깔끔한 시를 감상하셨다니
퇴고한 보람이 있습니다.
건안 건필하세요~
정유찬 시인님, 좋은 감상하셨다니
제가 더 기쁩니다.
봄날, 나날이 즐거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