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 창작시

노을/광나루

붉게 물든 노을빛이

온 몸을 길게 늘이고 하늘가에 서 있다

파랑 동생을 데려오지 못한 슬픔이 온 몸을 짓누르는가

누가 낮추라고 하였기에

스스로 고도를 낮추고 기울어지더니

두꺼워진 공기들의 아우성이 쏟아지는 거리를 혼자 걷고 있는가

한 낮 파랑 동생과 손잡고 걷던 길 위에

푸른 하늘의 미소가 선연하여 차마 넘지 못하는가

충돌하여 수없는 파편으로 쏟아져 날아

멀리 가지 못한 파랑의 운명

누구 있어 막을 수 있으리오

멀리까지 가야만 하기에

충돌을 자제하며 갈 수 밖에 없는 빨강 광선

노을이 되어

흩어졌다 모이는 구름 위에 내리면서

절정의 가을 사진

어디서 모았기에 선명한 자태로 다가서는가

파고드는 시간의 혹들 여기저기 매달고서

쓰린 가슴 위에

꽃 한 송이 내려 주고

미소 짓는 얼굴마다

기다림을 주고 그리움을 주는가

피할 수 없는 그림자 보이면서

찬란하게 그리도 환하게 쏟아져 내리는가

지면서도 내리면서도 새벽을 품었기에

가득함에 빛나는 노을이여

이 땅 잠자는

모든 눈을 향해

햇살 퍼부어

새벽을 꿈꾸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