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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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몸이 녹아내리는 속도만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촛불은 중환자의 호흡을 카운트하였지요
맹수에게 쫓기는 꽃사슴처럼
사슴을 쫓는 허기진 표범처럼
마지막 5초입니다
밧줄이 끊어지기 5초 전
뛰어내리기 5초 전
기도가 끝나기 5초 전
환자보다 먼저 촛불이 꺼졌습니다
5초를 견디지 못하고
관객이 다 사라졌습니다
환자의 호흡은 진행 중
사슴과 표범의 경주도 진행 중
절벽의 밧줄이 끊기는 중
촛불이 없습니다
객석에 아무도 없습니다
마지막 5초입니다
댓글목록
잡초인님의 댓글

마지막 5초에서 생명이
생과사의 급박함에 칫닫는
초읽기
환자의 눈빛과
고통스런 사슴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듣습니다
마지막5초
아니 단1초만이라도 나는 소중하게 생각해 봤는지
곰곰하게 뉘우쳐보는 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石木님의 댓글의 댓글

초읽기 체험의 어려움은
남은 시간의 짧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
어떤 결단, 또는 선택을 피할 수 없다는
쫓기는 상황에서 오는 것이겠지요?
말씀하신 '뉘우침'이라는 자세도
죽어가는 사람이 행할 선택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연극의 막이 내리는 순간입니다
막장이 끝난 5초 후
커튼콜이라는 것도 있다싶습니다
딱히 뭐랄까
신의 가호랄까
기적이랄까
감사합니다
石木님의 댓글의 댓글

텅빈 무대 위에서의 기다림,
그것이 커튼콜일 수도, 신의 가호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외부의 힘에 기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김태운 시인님은 타자와의 유대를 중시하시는 입장이십니다.
마지막 결단을 내려야 하는 당사자와
그것을 지켜보는 관찰자의 위치는
별도의 좌표애 속한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결국은 같은 배에 타고 있는 거라고 보이기도 하고
저는 물론 잘 모르갰습니다.
귀한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난 후 모튼 것이 소멸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도 남아있는 것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 초읽기는 끝이 아니라 격려의 박수 소리였습니다
왠지 오늘은 그렇게 읽고 싶어집니다
저도 제 자신에게 숫자를 불러 보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石木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은 이것이 중요하다. 정신을 집중하라.'
이렇게 일깨워주는 목소리는 우호적인 성원의 신호라고
보시는 것이지요?
그렇겠네요. 무엇인가를 결정해야하는 크고 작은 고비들이
일상적으로 늘 있는 거니까요.
이종원 시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