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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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탱자나무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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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기침으로 웃어주던 긴 목
신작로 외진 곳
걸어서 학교에 가다보면
탱자나무 너머
네 살 많았던 그 누나
얼굴이 점점 풋탱자를 닮아갔네
그래 가시가 무서웠어
그래 나는 겁쟁이였어
고향에 잠시 내려와 서성이네
잘 다듬어진 울타리
잡초밭으로 변한 집터에서
나뒹구는 탱자가 밟히네
하얀 탱자꽃이 밟히네
진해 어디 요양소로 떠났다는 그 누나
벚꽃들의 질투를 이겨냈을까
가시가 나를 찌르네
가시가 나를 찌르네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고백 하나 하지 못했던 겁쟁이가 이제 고백 해보려고 하니
그 대상은 어디 가고 세월만 무겁게 내려 앉는 일,
세상에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로 참 많습니다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기에 용감하게 도전하며 고백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긴 여운 끌고 갑니다
현탁님의 댓글

어휴, 요양소로.............
누나를 짝사랑 했나봐요 늦은 고백이 아프네요
탱자나무는 여전히 가시를 가슴에 달고 있을 것인데 어서 오라고 달래줄 것인데
여전히 따뜻할 것인데...
최경순s님의 댓글

짝사랑의 누나를 빙 둘러 오래 돌아 오셨군요
조금만 일찍 찾아왔어도
탱자는 좀 급하게 떨어져 가슴에 가시가 콕콕
애잔하시겠습니다
그냥, 가슴에 담아 두고 보지 말걸 그랬나 봅니다 ㅋㅋ
건필하십시오^^
손성태님의 댓글

어릴 때 탱자나무 울타리가 참 높아 보였는데
어른이 되어 가 본 고향 탱자나무는 낮게 서 있고 그 안에 그녀가 있음을
쉽사리 추억해 봅니다. 향수의 대상이 누나이던 못이룬 사랑이든 간에
그녀로 인해 풋풋했던 시절로 되돌아 가듯이
화자의 아련한 기억 속으로 푹 빠져 봅니다.
화사한 봄날, 산수유가 피었습니다.
진달래가 연분홍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시앙보르님, 건안 건필하세요.~
시앙보르님의 댓글

'아픈' 시를 좀 절제하자 했는데도 요즘 봄이라서 그런지
줄곧 아프고 어두운 시만 끼적이고 있습니다.
텍도 없는 4류소설 끼적일 때는 몰랐었는데,
시를 끼적이다 보니 시만의 '특권' 내지는 '맛'을 조금 알 듯 합니다.
상상력과 더불어 아픔이 한없이 확장되는 그런 맛이랄까요.
아무래도 그건 이곳 시인님들의 성원 때문이 아닌가 감사드립니다. ^^;
책벌레09님의 댓글

"기침으로 웃어주던 긴 목
신작로 외진 곳
걸어서 학교에 가다보면
탱자나무 너머
네 살 많았던 그 누나"가 보고 싶은
봄입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_^
정유찬님의 댓글

벚꽃들의 질투를 이겨냈을까
가시가 나를 찌르네//
이 두 행이..길게 울림을 남깁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
시앙보르님의 댓글

다시 읽어보니 유치해서(?) 부끄럽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모르는 깊은 뿌리들, 하나 둘 내놓다 보면
자유로워질 테고요, 거기서 제대루 된 시가 나오지 않으려나
욕심부려 봅니다. 아, 쓰려고 하면 안튀어나오는 시, 정말 어렵네요. ^^;
이경호님의 댓글

탱자 가시의 상처는 덧나기도 하고 참 오래 갑니다.
딱정이 관리 잘 하셔서 꿀 피부 유지하게요^^
시앙보르님의 댓글

ㅎㅎ
이 시인님, 알겠습니다. 꿀 피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