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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스트리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727회 작성일 16-03-17 22:56

본문

[시]              실버 스트리트
---------------------------------------------------------
                                                시앙보르

일찍 불이 들어오고
늦게 불 꺼지는 그곳
무료입장에다 18시간 영업 보장
왕년 한가락, 
빙글빙글 돌아가는 청춘

요즘 것들 안보고는 노래 하나 제대루 못불러
우리야 서른 곡 정도는 4절까지 우습지야

종로3가역 화장실에서 
나이들지 않는 싱싱한 말을 염탐한다
종묘와 탑골공원 쪽은 하늘이 개운하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란, 뒤집으면
같이 젊어가는 처지 아닐까
중절모에 백구두도 보이고
헌 이마에 잠뱅이도 보이고
과거는 현재 입에서 화려하다

그 화려함으로 사는 것이리라
그래서 화-려-하게 사는 것이리라

청년 백수는 배낭에 눌려 허리 굽었는데
실버 백수는 없다 이곳에는
장기판 훈수에 몇 푼 개평이면 실업자가 아니란다

바둑판 엎었다가 막걸리 한잔이면 
돌아가는 경성 하늘, 신나게 빙글빙글

비 내리는 호남선, 기차만 엿됐다네, 
홍도야 우지마라, 니가 때렸냐,
두만가앙 푸른 물에 망가진 사대가앙,
떠나아간 내 니이믄 묘지에에 있네에,

틀니 사이로 진짜만 새어나온다
내일 또 지나가고 싶은
종로, 실버 댄스장

오라는 곳은 없지만 갈 곳, 허천나게 많다는

추천0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우울한 시만 써서 간만에 좀 사고를 쳐봤습니다.
이제 잠이 들 시간이군요.
편안한 밤 되시어요. ^^;

金富會님의 댓글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밋습니다....^^
아직은 가보지 못했지만..........
그 삶의 언저리 모두가 실버댄스장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잘 감상하고 갑니다.
소설도 잘 읽고 있습니다.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인들의 사람의 이면을 스케치 하는
그 위로 펼쳐지는 한 시절의 화려함과
다시 올 수 없는 젊음에 대한 애환이 스며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시입니다.
이것을 관철하고 심오한 눈빛으로 관통하고자
이 뜨거움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 앙보르 시인님!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매스컴이 청년 백수에만 관심이 많아서 적어봤습니다.
사실 청년이든 실버든 어차피 우리, 하나겠지요.
 세대 갈등을 조장하지 않는 미디어를 기대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봅니다.
청년 백수가 줄어들면, 실버 백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들 사시는 어르신들 보면 그게 나름의 저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이'가 '갈등'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종로 지나가다 졸시 끼적였던 것이고요, 어르신들 힘내세요!!!
(뉘앙스 문제로 '실버 댄스장'을 실버 스트리트,로 바꾸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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