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지켜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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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지켜보는/광나루
떠 있으면서도
흐르면서도
돌아가면서도
눈치 채지 못하고 동굴 속에 갇혀
잠만 자는 개구리 한 마리
인륜은 천륜이기에
그렇게 쉽게 강을 건널 수는 없어
바람은 불다가도 손잡는 기둥 앞엔 무릎을 꿇어
바위 자락에 파도치는 소리 높아지지만
그릇이기에 그 속에 자신을 담았기에
차마 밀치지 못하고 부서지며 눈물 흘리고
함께 웃었던
함께 거닐었던 동산엔
아직도 꽃들이 저렇게 무성한데
써 놓고 지우지 못한 말들이 저렇게 쌓여 있는데
해가 질려면 아직도 한참인데
햇살은
돌아서는 뒤쪽에 오지 않아
강아지 두 마리 어미 품에 안겨
징검다리도 없는 개울 속에 밀어 넣는
세월은 독이 되어 강아지들 가슴에 쌓일 날이 얼마이리
눈물로 흐르고 피로 흐를 강 위를
돛대도 없이
기약도 없이 떠나는 강아지야
그리고 어미야
약속은 잊기 위해 있는 것인가
백년을 해로하자던 그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함께 있음에 피어나는 꽃을 보고
함께 있음에 아름다운 새의 노래 들려오거늘
인생은 길지 않아
모든 것은 영겁의 세월 속에 묻히리니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가는 사랑 오는 사랑
다 아름다운 것
사랑 안 하기보다
사랑하면 눈물을 알아가는 것도 좋은 것
사랑하면 아름다움 엮어가시길
좋은 글에 머물다가 갑니다
늘 건 필하소서
시앙보르님의 댓글

제가 깜박 제목을 '광나루'로 착각하고 읽는데 시연의 연결과 울림이
좋았습니다. '광나루'에 개구리부터 시작해서 영겁의 세월까지
아주 잘어울렸습니다만, 다시 보니 '이별을 지켜보는' 이군요. ^^;
제게 당분간 '광나루'의 애잔함으로 기억되더라도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