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 수상한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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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냥 / 금테우리
환절의 시샘으로 귓불을 물어뜯던 촉각이 어느새 불화살의 시위示威로 돌변했다
불현듯, 유리벽을 뚫는 무심한 관중貫中을 겨냥하고 있다
막상 따가운 시선은 사정거리를 회피할 재간을 훼방하고 있다
햇살에 치인 동공이 도망치듯 날개를 단다 각막에 비친 암술을 향한 활강이라며
보복이라도 하듯 마치 노련한 궁사인 양 눈에 불을 켜고 시위를 당기고 있다 내친
김에 씨방까지 관통시키려는 속셈이다 담 너머 목련과 매화는 이미 적중시켰고
다음은 길가에 흐드러진 왕벚 차례란다 결국 만개한 꽃차례의 정기를 기어코
탐하려는
아! 햇볕 머금은 계절은 화창한데 아직도 저기 뜬구름 속
불바다 운운하는 으름장들
끝내 자신의 정수리를 노리는
수상한 시위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불바다 운운하는 으름장들
거기까지 들리나요..
가끔 가는귀로 사는 것도 좋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무신 소립니까?
불감증?
ㅎㅎ
아무튼 시인님 큰일입니다
벌써 그러시면
큰소리는 들려야지요
가는소린 몰라도
香湖님의 댓글

적중한 매화 맞으러 남녘으로 가볼까 하는데
엉뚱한 일이 발목을 잡네요
이번 주 발등의 불 부터 끄고 내주 쯤 꿈틀거려 볼랍니다
벚꽃 좀 잡아 놓으시소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날아다니며 따먹을 게 천집니다
꽃이 떨어지면 고사리라도 꺽지요
ㅎㅎ
벚꽃은 세상마다 천지니
별게 아니고
이왕 왕벚으로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눈 속에 피는 동백이라, 저 또한 지난 주말 혹여 동백이 다 졌으면 어찌할꼬 하고 걱정을 달고 비인의 동백정을 올랐더니
성질 급해 입술 열어놓은 몇 개의 동백을 제외하곤 아직도 만개하기엔 2.3주 기다리라 하더이다
좀더 내려가서 제주에 닿았으면 그 꽃사냥에 주렁주렁 사냥감을 꿰찼을텐데..아쉬웠던 날을 기억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동백이야 원체 질긴 놈이라 떨어뜨려도 멀뚱하지만
나머짓것들은 별 볼 일 없는 눈총에도 빌빌거립디다
한 방에 나자빠져버리는...
이제 한바탕 벛꽃이 피어야 제대로 된 흥분의 도가니겠죠
그 때 사냥하심이 어떨런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페러디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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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존헌장 / 하린
나는 자본주의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서민으로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가난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신용불량자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약소국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생존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출근과 튼튼한 육체로,
저임금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출신을 계산하여,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기초수급자의 힘과 월세의 정신을 기른다.
번영과 질서를 앞세우며 일당과 시급을 숭상하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헝그리 정신을 복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발전하며,
부유층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지름길임을 깨달아,
하청에 하청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스스로 잔업 전선에 참여하고 월차를 반납하는 정신을 드높인다.
부자를 위한 투철한 시다바리 따까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이며,
자유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가난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서민으로서,
조상의 궁핍을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빈민을 창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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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린 시집] 서민생존헌장
김태운.님의 댓글

늑대보호구역 / 하린
배고픈 한 마리의 늑대가 밤을 물어뜯는다
고결(高潔)은 그런 극한에서 온다
야성을 숨기기엔 밤의 살이 너무 질기다
그러니 모든 혁명은 내 안에 있는 거다
누가 나를 길들이려 하는가
누가 나를 해석하려 하는가
발톱으로 새긴 문장이 하염없이 운다
부르다 만 노래가 대초원을 달리고
달이 슬픈 가계(家系)를 읽고 또 읽는다
그러니 미완으로 치닫는 나는 한 마리의 성난 야사(野史)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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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린 시집] 서민생존헌장
최정신님의 댓글

꽃에게 쏘인 불화살은 천번을 쏘인들 사양 않으렵니다
시작 된 꽃 폭탄에 이 봄도 시름시름 몸살 좀 앓겠습니다
이미지 시밥 고실하게 지어주시니 감사합니다.
힐링님의 댓글

환절의 시샘으로 귓불을 물어뜯던 촉각이 어느새 불화살의 시위示威로 돌변했다
남녁의 봄 동산에 머물러 사시니
그 불화살의 시위를 짚어내는 저력이란 시적 창작의
장치를 다시금 뒤돌아보게 합니다.
그 시위화살이 날아가는 곳은 꽃이자 물건너 북상하는
봄인 것을 관통하는 시어에 놀랐습니다.
모국어를 다루는 솜씨가 능수능란하게 수련을 쌓아가니
눈부심을 더 해 갑니다.
김태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