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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비에 젖든 날
이포
젖은 신문지에 따끈한 소식들이 식고 있다
구겨져 쑤셔 박힐 구문보단 나을지 모른다
비에 젖은 식민지에서 몹시 젖어보면
젖다가 젖다가 흐물흐물 뭉개져 보면
한반도에서 내 목소리를 시로 쓰는 게
빗물보다 더 흠뻑
가슴을 적신다는 걸 알 수 있다
비가 그치고 동이 트길 기다리는 건
관속에 들어앉아 썩기를 기다리는 것
설 곳이 막연하여도 동이 곧 트리란 걸, 아는 자
맥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
물속에서도 희망의 싹 틔워야 했다
비가 장대가 되면
몸이 잠길 만큼 물이 차오르면
실 오라기 하나마저 다 벗어버리고 싶은 것
해가 뜰 날을 위해서도 아니다
친구 따라 비를 피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단지 발 디딜 마른 땅 한 조각
내 목소리로 쓴 시 한 구절 심을
마른 땅 한 조각 필요할 뿐이었는데
수인번호 475위로 쏟아지는 비는
시를 두려워하여 이념도 사상도 없는
윤동주를 수장하였기에
2016년 봄, 내 가슴엔 불길 저리
활활 타오른다
댓글목록
용담호님의 댓글

동주라는 영화를 보셨군요.
저도 오늘 극장에서 동주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수인 번호 475위로 쏟아지는 비는
시를 두려워 하여 이념도 사상도 없는
윤동주를 수장 하였기에
민족 저항 시인 윤동주
누구나 보아야 할 영화입니다
내용이 잘 되었던데요. 송몽규는
또한 윤동주와의 절친한 사이지요
나는 총을 들겠으니 너는 시만 써라
생생합니다 동주 비에 젖든 날 이포님
좋은시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윤동주님은 투사도 열사도 아니었지만
님의 시는 민족의 가슴에 자존의 의지와 사상을 심어주었습니다.
님은 골방에 앉아서 시만 썼지만
결국 그 어떤 독립운동가 보다 더 광활한 독립운동을 한 샘이지요.
이처럼 글의 힘은 무한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 님을 본받아 좋은 글 열심히 씁시다.
용담호 시인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저도 주말에 귀향을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말로만 듣다가 화면으로 실사를 보게되니 더 리얼했습니다
끓는 피가, 한겨례의 짓밟힘은 짐승보다 못했습니다
영화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불길과 같았습니다
민족 시인 윤동주의 삶 또한 꼭 담으려고요..
미리 길 열어주심 고맙습니다. 이영균 시인님!!!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이종원 시인님 감사합니다.
요즘은 가까운 극장에 가시면 아마 <동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감동이나 울림보다는 그의 순수한 사상이 돋보이는
시인의 길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촛불 같이 흔들리는 시인의 갈등
또한 작금의 우리들과 비슷한 것 같아
많은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