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의 항변(抗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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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의 항변(抗辯)/수크령
목구멍을 넘어설 땐
순탄한 행로를 예감했어.
식도의 뒤틀림이 버거웠지만
난 널 위해 힘든 용트림을 했지
어지러움을 동반한 위의 패대기
그저 꾸룩꾸룩 음악 소리에 춤추고 노닐다
이놈 저놈 좋은 건 다 빼앗기고
좁다란 길목에서 피멍들만큼 또 얻어맞고
핏발 선 호령에 화들짝 놀라
몸부림치며 포복 앞으로
다시 또 용트림
뜨거운 용광로 속을 기어 나오니
땀난다.
다 퍼주고 왔더니 만
뭐 먹을 거 있다고 또 달라느냐.
이놈 저놈 다 가져가는구나.
비루해진 몸으로
여기저기 치대다가
버려지고
버려지고
그랴
원래 다 그런 거지
단물 다 빨아 먹었으니 버려지겠지
근데 어쩌냐
난 또 너 만나러 가는데
댓글목록
수크령님의 댓글

해때기에 이어 버려지는 사람들에 대한 사유로 적어봅니다. 졸필 이지만 열심히 써 봅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섭생을 통해 먹고 뱉아놓는 것의 행간에서 인간의 욕망을 읽게 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 또한 인간의 욕망 중 하나이겠지요
그 틈을 헤집고 익힌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자주 쓰시면 다만 가득 스민 열매를 익게 하시겠지요 고맙습니다.
수크령님의 댓글의 댓글

미천한 글에 흔적을 남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쓰면 쓸수록 저의 무지를 깨달아서 두렵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토사구팽, 이라는 사자성어가 요즘 더 많이 쓰이지요.
그 항변이 없었다며 생을 유지했겠습니까?
버려짐의 항변을 들어주고 대변함이 시의 길이기도 하겠습니다.
좋은시 자주 놓아 주세요.
수크령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을 짓 누르는 버려지는 사람들에 대한 슬픔이 온 천지에 있는 것 같아
밝은 글자들은 잘 안보입니다만 선생님의 깊이 있는 글은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완전 초보 입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ㅎㅎ 냄새는 어디로 갔지요?
터널을 빠져나오는 시원한 기분이 듭니다.
밖에 나와서도 이리저리 채이는 신세, 소외자들에 대한 묵상, 감사합니다.
수크령님의 댓글의 댓글

매번 자리해 주심을 감사드리며 미처 흘려버린 부분을 콕 집어주셔서
두드리고 다듬을 부분에 영감을 얻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