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안에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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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안에 겨울 /
거울 그 너머에는 사라진 계절이 있다
한번 바람을 등진 이들은 돌아오는 법이 없다
거울 속 등장인물은 냉동된 셔츠를 입고 나온다
기억이 녹아내리면 안 되니까
눈이 올 것만 같다
사실 나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눈이 내리는 것일까
눈이 왜 자꾸 나리는 건지, 잊을만 하면 눈이 내린다
기억을 꽁꽁 싸매야하니까
눈은 땅을 향해 날리다가
가끔씩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보리라
허공에다 몇 걸음을 떼지만 금방 어깨가 축 쳐진다
겨울이 길다
언제 봄이었는가 싶다가 어느새 우린 겨울에 있다
피는가 하면 지고 있고 지는가 하면 피어나는
피었다 지는 꽃잎이 우리 사는 일 같다
뒤돌아보면 꽃잎처럼 사라진 봄날이 거꾸로 돌아나온다
봄날의 꽃잎은 가고
남은 꽃잎은 오종종 꽃잎을 피운다
얼굴이 기록된 유리 파편을 쓸어담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손바닥에 흥건한 꽃물이 괸다
거울 안에 겨울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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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봄날의 꽃잎은 가도
우리 속에 봄날 여름 가을 겨울은 늘 머문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울에 비치는 겨울은, 내 시원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