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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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의 바람 / 금테우리
걸리적거리던 시침과 분침이 무척 헐거웠다
오락가락하는 환절의 진통이었다
한참을 절뚝거리던 시곗바늘이다 웬걸 계절의 심기를 뚝 부러뜨리고 있다
저도 놀란 듯 몇 눈금 제자릴 뜨는 시각 고랑의 틈바구니에서 골몰하던 씨앗들
덩달아 이랑을 뚫고 새싹을 틔운다
아시다시피 여기는 만신萬神의 천신天神들이 그토록 탐내던 섬나라
아니나 다를까 딸과 함께 품고 온 영등할망의 봄바람이 온 세상으로 신바람 사
위를 부추긴다 한세월 억새를 후려치던 칼바람도 신이 뿌린 촉촉한 봄비에 혹했
나 보다
곳곳 때 아닌 정칫바람에 휩쓸린 잿빛 문장들 희비의 쌍곡선을 품은 먹장의 행
간이겠지만 한껏 웅크리던 흙빛도 은근 초록을 더듬고 있다 꽃과 나비들도 이제
막 춤을 출 기세다 간혹 하늘을 가르는 쇠붙이들도 신바람 품은 낌새
할망신이 칠머리*로 봄을 불러 살풀이 중이다 파도가 철썩철썩 쇠북을 치고 파
와 라의 계명 속에 갇힌 그 경음의 장단은 긴 동면에서 경칩을 흔들어 깨운다
여신女神의 바람은 이제 곧 춘분마저 솔솔 유혹하겠지
우여곡절의 환절에서 분분하던 기운들
살맛 충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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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동 부두에 위치한 곳, 지금의 제주항과 사라봉 중간 바닷가에 언덕이다.
지금은 수십 년에 걸친 산지항의 확장공사와 개발로 인하여 동산이 거의 깎여 나가
확실한 위치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제주해양경찰서 주변이 칠머리 지경의 일부라고
전해지고 있을 뿐. 칠머리에는 배를 부리는 사람, 어부, 해녀들을 수호하는 해신을
위하여 매년 음력 2월에 굿을 하는 칠머리당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칠머리당은 예전 항만파출소 바로 서쪽 동산 근처에서, 항만노조 회관 진입로 지점
으로 옮겼다가 다시 사라봉 동쪽으로 옮겼다. 사라봉오거리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임항로를 따라 제주항 종합터미널로 통하는 길로 가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칠머리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봄바람이 완연하겠지요.//
서울도 환장할 봄볕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갑장 시인님 오셨습니다
화창한 서울의 봄과 함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