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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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잔설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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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눈밭에 옮겨붙은 불은
그 부대를 떠날 때까지도 꺼지지 않았다
피를 맛본 흙은 질겨서 꿈쩍을 안했다
그때 눈이 피를 먹었던가
아니면 피가 눈속을 파고들었을까
동이 터오기도 전에
굴참나무를 돌아가며 실개천이 생기고
비로소 편안해진 얼굴 하나가 두둥실
실한 이파리 한닢 돛 삼아 떠내려갔다
훤한 대낮에도 혼자서는
유격장 5번 사로를 얼쩡이는 이 없었다
스물 두 살이었지
맨날 고문관 소리 듣던 일등병
단발의 총소리는 길다 오래간다
잔설은 사라지면서 다른 흔적을 남긴다
모두가 거절한 내편,
아니 네편을 향한 몸부림은 없었지
댓글목록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

잔설은 영하의 기온이죠
피는 아닌듯 싶어요
잔설이 다 녹으니 따사롭습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사고사, 눈밭을 번져가는 피는 네 항상 영하의 기온입니다.
붉은색이 아니라 까만색.
후회합니다. 저라도 편이 되어주었다면 죽진 않았을텐데...
돌아보면 군대라는게 늘 춥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