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1 ) 생, 술잔에 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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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술잔에 따르다
여류 시인이
누름돌로 우려낸 곰삭은 뽕잎 장아찌 고들빼기의 문장은
혀끝부터 싸하다
몇 순배 잔이 돌자 복사꽃 같은 그녀 되창문을 열고
청잣빛 술잔을 꺼낸다
계영배
두루미가 달을 품은
확 성냥골 타오르는
온 산 잔디 태워버리고 증조부 묫등까지 불살라 버린, 나는
불은 질러야 멋이고 잔은 차야 맛이라 했다
금세 토악질해버리는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신묘 망측한
저깟 사기그릇이 자정능력을 가졌다니
어떤 거상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렸다는 의기
얼마나 가랑잎 잘도 타올랐던가
채우고 채우려다 바닥까지 쏟아버렸던가, 윈도우브러쉬
채운 만큼만 흘러내린다는 둥근 관념을 패대기치고 있다
대지에 술을 따르듯 비가 내린다
찰랑 거릴 만큼만 채워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누름돌로 우려낸 곰삭은 뽕잎 장아찌 고들빼기의 문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그 감탄! 제 마음에
"찰랑 거릴 만큼만 채워"주세요.
좋은 주말 되시고,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_^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계영배 ,,,
과유불급이라 했지요
언제나 찰랑 거릴 만큼만 채우는 의기
옛 조상들의 삶의 처세를 봅니다
반갑습니다 정민기 시인님
이 봄에 시인님께도 축복이 찰랑 거리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