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3] 어머니 밥상 앞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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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게 젊은이
반찬 하나에 비빈 밥 한 그릇
맛이 없던가?
양이 적던가?
궁핍이 못마땅하던가?
얼굴이 붉어졌네 그려
드라마 즐겨보네만
가끔 동물 다큐도 즐겨본다네
본 적 있는가?
길 위를 떠돌면서도
제 새끼 배불리겠다고
가진 젖꼭지 다 내어주고
그 꼭지들 발갛게 헐어도
아프다 내색않고 이 놈 저 놈 다 품고는
앙상한 갈비 드러낸 채 웃고있는 어미 개
내 어릴 때 고모가 돌아가셨지
가까이 살며 사랑 많이주시던 고모라
훌쩍 거리며 상가집 잔일 거드는데
부엌에서 바쁜 어머니 손짓으로 날 불렀어
갔더니 고기전 하나 얼른 내 입속에 넣어주셨지
부끄러웠네.
슬픈 날, 내 배불리는 것 같아서
그 맛 오래 입에 남았지만 죄지은 듯
그 후로 어머니 시선 안 닿는 곳으로 피해다녔지
이런 날도 있었다네
조카 대학 졸업 날, 고향에서 올라오신 어머니
사장 어른과 함께 유황오리 집을 갔지.
맞은 편 어머니 손이 눈 앞에 어른 거리더니
내 접시 위에 오리 다리 하나 올라 앉았네
사장 어른들 계시니 예의 차려야 하는 자리
누나가 어머니 접시에 올려준 오리 다리 하나
눈 깜짝할 사이 자리 바꿔 앉고 보니
누나보기 미안코, 사장어른들 보기 민망하여
- 어무이, 마이 드시지요 와...-
- 아이다. 나는 나가 많아 고기 안 받는다. 얼른 무거라.-
- 얼른 드시게. 어른 마음 편하시게.- 사장 어른까지 거드시니
재빨리 하나 더 보태진 봄나물까지 열심히 먹었지.
배는 남산보다 더 불렀지만...
보게 젊은이
무릇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앞에서는
먹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먹고 볼 일이라네
세상에 그 보다 더 나은 보약은 없는 것이니
세상에 그보다 더 큰 사랑은 없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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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용담호님의 댓글

어머니의 밥상 그것은 따스한 사랑의 밥상이겠지요
어머니가 맛있게 자식들을 위해 차려주는 밥이 왜 그리도 맛이 있는지요
어머니의 그 따스한 사랑이 넘쳐나는 것을 이 시에서 잠시 생각해봅니다
[보게 젊은이/무릇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앞에서는
먹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먹고 볼 일이라네/
세상에 그 보다 더 나은 보약은 없는 것이니/세상에 그보다 더 큰 사랑은 없는 것이니/]
참 좋은 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