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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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논* -수정 / 금테우리
뱃속이 까맣던 시절의 환상環狀이다
짚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나락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섬 한 바퀴 올레를 떠올리며 365일 하루에 한 오름씩 오르내리는데
불현듯, 설마에 물어뜯긴 웅덩이
태초의 타임캡슐이 까마득히 묻힌 바다 한가운데 한바탕 한마당
설문대할망이 하늘을 품고 설계했을 콜로세움이다
마르(maar)의 마루
마냥 하늘만 우러러 오른쪽이 옳은 방향이라는 편견으로 오르기만 하던 오름의 생각
어차피 봉긋한 그놈이 그놈인, 오름일 수밖에 없는, 열리지 않으려는 자물쇠 생각은
오로지 일편단심, 그 양각에 치우친 생각을 음각으로 바꿔보라, 거기에
천지의 족적이 두껑 열린 가마솥처럼 숨 고르고 있잖으냐
개벽의 천기를 고랑에 숨겨둔 대답大畓의 터무니로 타닥타닥
써레질 같은 소리
천년만년 수심에 잠긴 섬이 불에 타듯 하염없이 들썩였으니
푸른 적막이 붉은 바닥에 닿았다는 그 내막은 여태 태초의 하늘만 바라보며
바다를 뜬 저 논의 표정, 하논의 어색한 발음으로 펼쳐진
둥근 화음의 너른 경전이다
천길 나락奈落으로 침몰하던 전설이
저 나락의 현실로 비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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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마르형 분화구
댓글목록
시앙보르님의 댓글

초짜라서 압도력에 기가 죽습니다.
시작법에 경도된 저는 이런 시는 감상하는 것만으로 도움이 큽니다.
재야 강의랄까요? ㅎㅎ
김태운.님의 댓글

처음 뵙는 듯한 이 분은 또 누구실까
초짜 같지 않은 냄새인데...
아무튼 추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저문님의 댓글

테우리님 안녕하세요? 좋은 시 한 편 보고 그냥 나가려니 아쉬워서 몇 자 끄적입니다.
탐라는 역시 테우리님이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나기도 하고,
선곡된 배경연주음도 좋으네요.
그래도 저는 어쩐지 사포로 불렸을 때의 테우리님이 각인돼 있어서
포효하는 야수가 그립기도 하고.........
신랄하게 광활한 대륙을 내달리던 모습이 더 경쾌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저냥......관대한 팍으로 포용해 주시면 감솨하겠슴돠.
김태운.님의 댓글

사포라, 글쎄요
그러고보니 그땐 잠시 정신이 나갔던 상황
아마도 과격해서 그런가 봅니다
제 정신으론 솔직하지 못하는 감정 탓
촐왓으로도 좀 촐싹거렸지요
여러모로 관심 주신 것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