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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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코트처럼 치렁대는 마지막 볕을
오선지에 스타카토로 찍는다.
길거나 짧은 음표 하나씩 입 속에 물고
속기사처럼 자음, 모음을 쫓는 발걸음 사이
중언부언 취언들이 귓속에 묵직한 닻을 내리고
골목마다 갈기갈기 찢긴 어둠의 꼬리를 밟는다.
최면에 걸린 어둠이 술집 골목마다 뿌려진다.
노릇노릇 염색된 담장 아래, 여름내 들꽃은 피고지고
전설같은 영웅담이 또 다른 입에서 생기를 찾는다.
이른 아침, 뒷배웅 받으며 돈 벌러 나온 길
벽과 벽 사이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미덥지 않은 진실과 거짓이 화해를 한다.
대청 밑 고양이처럼 납작 엎드린 하루
미늘에 걸린 듯 몸부림치다 덜컥대는 위장
밤새 숙취에 시달린 가로등을 붙들고
꾸역꾸역 쓰디쓴 밑밥을 우려낸다.
글쓴이 : 박 정 우
댓글목록
두저문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잘 들여다보고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만드세요.(__)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그럭저럭인데 한수를 배우셨다니 고맙습니다.
주말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했던말 또하고, 전설같은 영웅담도 듣고
쓰디쓴 밑밥도 보고 갑니다.
흥미로우면서
안타까운 우리내
자화상을 보는것 같습니다
귀한글 감사 합니다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절이라도 행복을 꿈꾸며 살고 싶네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