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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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도 힘이다 / 안희선
사라지는 것도 힘이다
세상의 어느 한 곳에도
부딪히지 않고
심장 부근에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
자꾸만, 헝클어지는 인연
아픈 사연도
내리는 비에 씻어,
강물에 띄운다
그리움의 액자 안에는
표정없는, 얼굴
그때 바람으로 나부끼던,
힘겨운 사랑도
영원히 멎기 전에
몇 번인가 더 흔들렸다
북망산(北邙山) 고개 넘는,
영혼의 옷자락이 저러할까
죽음 없이는 미쳐버리는 세상
이제 아무도 그립지 않아,
비로소 홀가분하다
사라지는 것도 힘이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곳에서
<Note>
살아가다 보면, 직설적으로는 말 못할 <떠남>이 있다
그 <떠남>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그 무엇이기도 하다
이별은 평상의 경험이겠지만 -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살펴보면, 모든 것이 정감에 의한 것이란 생각
(요즘은 영원히 멀어지는 차가운 이별도 많지만... 아무튼,)
사랑하지 않고는 그 情의 무거움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하다
하여, 떠남은 그 언젠가의 재회를 위한 힘..
곱게 땋은 석별의 情이사,
단단히 접어 우련한 삶의 난간에 접어두고
오늘만은 그에게 미처 다 짚어주지 못한 이야기들을
속 아리게 나누고 싶다
댓글목록
泉水님의 댓글

세상에 부딪히지 않고
심장 부근에 얼음이 깨지는 소리
이런 깊고 오묘한 심상은 대체 얼마나 내면이 깊어져야 나오는지요
세파에 시달려 얼었다 녹았다하는게 당연한 이치일 것인데
경지가 높아 헤아릴 수 없습니다.
늘 좋은 시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고 줄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안희선님의 댓글

과분한 말씀입니다
활연 시인과는 더 나눌 이야기가 많은데..
아쉬운 마음에 끄적여 보았습니다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천수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