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진 소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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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진 소나무 한 그루/광나루
등산길 숲 속
소나무 한 그루 누워
살점 하나하나 뜯어내고 있다
제 집을 향한 몸부림이런가
바람의 손길
그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핏기 잃은 이파리들
이불 되어 감싸 안고 있다
폭풍우 쏟아지고
눈보라치는 날에도
날개 퍼덕이던
연인의 숨소리가 배어 있고
휘파람새의 노래가
할머니의 따스한 뱃살의 온기가
도란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
절망에 떠는 청춘의 몸부림이
구슬픈 도시의 노래가 아직 거기 있는데
흙의 손짓에
눈물 흘리며
제 살점 뜯어내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
올 때는
그렇게도 세차게 밀어주더니
갈 때는 이리도 허무하게 놓아버리려나
돌아가면 될 것을
안아보면 서로 좋을 것을
길 가운데 서 있는 게 무슨 죄라고
톱질을 하다니
눈물 하나에 살점 하나
하얀 속살
그리도 곱던 하얀 속살
이제는 흙을 닮아 흘러내리네
눈물이 되어
댓글목록
붉은노을님의 댓글

요즘은 우리자신 자연을 너무 가볍게 홀대하는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