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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一場春夢) - 빈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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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8회 작성일 16-02-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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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一場春夢)

 - 빈집 -

 

이포  

 

 

멀리 형체만 겨우 검다

속이 텅 비어있다

문 여닫는 소리와 발소리 말소리 다 사라졌다

마당 귀 깁던 개 짖는 소리

하늘 열던 새 소리도 이젠 없다

  

소나기 지나간 칠월 행간 거미손같이

자식들 입에 먹이 넣어주던 어미

집 나서면 보름에 겨우 문지방에 뜨던

달 닮아가는 아비 그 손에

솔솔 풀려나가던 문전옥답

  

다 떠나고 뜯겨나간 문짝 지나

열린 창으로 뒷산과 내통하는 햇살

무너진 살림 고자질하듯

어두운 뒷담에 양각을 새기느라 벽을

화르르 다 허물어 낸

 

산만 같던 그 집의 호기

무너진 석탑 아래 모여든 잡석이고

바람 소리만 태산을 기억할 뿐

재기(再起) 수없이 흘려보낸

주인 잃고 등 굽은 빈집

  

생, 허망 한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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