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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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하루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밑도끝도없는 일기를 쓴다. 일기장 여기저기 꼬리
잘린 지렁이 흔적만 흥건하다. 오줌지린 이불호청 같기도 하고, 몸에
퀘퀘한 냄새가 베인지 몇 해인가? 자꾸 멀어지는, 점점 틈이 벌어지는
관계, 삶이란 잘 각색된 설정인가 싶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하
얀 머리 속에 시작과 끝이 아리송한 하루를 꼼꼼히 세겨 놓고 중독된
하루는 해독제 없이 놀고먹는 일탈을 꿈꾼다.
아껴 두었던 눈물이 흔해지는 까닭을 알지 못했다. 프림과 설탕을 조금
씩 덜어낸 커피를 들고 계단에 오른다. 깃털을 가다듬은 새가 나무 정
수리를 찜한다. 여태 기상하지 못한 볕, 봄인듯 봄 아닌 날. 바벨탑의
근원을 찾아가는 그림자 하나, 묵묵히 계단을 오르고 있다. 멍하니 아
니 멍한 척, 사실 멍한 것이었다. 좀 더 하늘과 가까워지려는 욕심 많
은 새와 새의 습성을 닮아가는 그림자, 밥과 똥의 관계를 헤아리지 못
한 낯익은 사내였다.
편두통이 심한 날, 사내의 뜨거운 심장은 사라진지 오래고 냉철한 가슴
도, 혜안마저 길 끝 세월에 저당을 잡혔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밭을
기어가는 연기, 전말없이 뒤엉킨 하루를 곱씹으며 병아리처럼 하늘 한
번, 달력 한번 또 쳐다보고,
글쓴이 : 박 정 우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밭을 기어가는 연기, 전말없이 뒤엉킨 하루를 곱씹으며///
우리네 중독된 하루가 어정쩡한 세월에 놓인 듯합니다
깊은 시상에 잠기다 갑니다
나른해진 오후 정신 바짝 차려야겟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합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안녕하세요? 김태운 시인님
평소 그리고 틈틈히 정성스레 이 곳에 놓고가신 시를 잘 읽고 있습니다.
필력이 미천하여 댓글 하나 달지는 못하지만
너그러이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찾고 미천하지만 자주 글을 놓고 가겠습니다.
날이 갑자기 차가워진다는 예보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