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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달팽이걸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8회 작성일 16-02-20 23:14

본문

바람의 눌변

 

 

마파람이 정거한 늪의 대기실입니다

몽실몽실 차를 마시는 양털 구름

내리거나 타거나 옥수수 하모니카

불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빈자리를 혀로 채우죠

빠진 이 사이로 새살이 돋는 것은

혀로 만져보는 갓난아이의 키 크는 소리여요

간지럼 참지 못해 흘리는 웃음 실실

어린 양의 발장난이죠

이런 일기예보는 탱탱 볼인가요

종잡을 수 없는 방향 탕탕 총알이 날아요

마임의 표정은 벼룩이 양보한 극 중 대사예요

볼을 갖고 있던 아이의 손에서 붕붕 지구 공 하나

태양이 등을 집고서 도약하는 해바라기죠

지구를 따라 도는 달기차가

달달 빛의 레일에 배를 깔고

봅슬레이처럼 광년의 속도로 달리죠

 

아이들은 언제든지 시간을 잡아두는 부두의 말뚝이죠

항상 바다로 열린 창문이에요

풀린 시간이 썰물을 따라 해안선을 잠식하죠

다음 객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환승역에서 쏟아져 나온 별 무리가

트럼펫의 질긴 목구멍을 호흡하며 빠져나오죠

네 다리로 버티는 좌대, 침묵을 삼켜요

 

마파람호는 이제 막 구내방송을 마치고 나오는

기관사의 머리위에 빛나는 오렌지 노을입니다

산을 덮으려고 어둠의 자락을 당기는 오후의 플랫폼입니다

어디든지 바람이 닿는 곳은 감과 옴의 살갗입니다

 

솟대는 신발 끈을 고쳐 매요

들판에는 각지에서 오가는 구름들이 내려놓은 조막 산들이

빛의 속도로 달리고 남긴 진공의 오후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요

팽팽한 기억의 잔상들이 수면 위를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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