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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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나리자 / 테우리
둥근 용모엔 모가 없다
붉은 음모의 애증만이 사각의 윤곽에 갇혀있을 뿐
적적한 근심들 밋밋한 미간으로 숨겼다지만
예각의 날선 콧날은 그녀가 가쁘게 걸어온
굴곡의 증표다
굳게 다문 입술은 그녀가 꿋꿋이 지켜온
집념의 신조다
차라리 잿빛 응어리라 말하고 싶은 저 얼룩진 자태에
수상한 핏덩이가 웅크리고 있다
좌불안석의 불효로
모자이크한
아!
자화自畫의 초상이여!
엘리자벳이여!
여기 황사평* 같은
영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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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제주교안(濟州敎案)으로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의 집단 매장지로 출발하여,
제주교구의 성직자, 평신도의 묘지 겸 순교자 현양대회의 장소로 사용되는
제주도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천주교 제주교구 소속의 성지
댓글목록
채송화님의 댓글

아, 나의 황사평 같은 모나리자여!
굿!
김태운.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임의 힌트
얼른 써먹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모나리자의 숲 / 고원
저녁 냄새가 번지는 미소
그쪽으로 가까이 가면서
나는 유난히 커다란
모나리자의 손을 느낀다
두껍고 따뜻하다
이 손은 나의 어느 부분이든지
스쳐가거나 휘감을 수 있고, 나를
저 아래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소 뒤의 세계는
그 손, 큰 손 때문에
어둡고 차지 않는가?
놀빛 속에 입술이 흐르는구나
김태운.님의 댓글

신 모나리자 / 이명
세월이 흐르자
모나리자의 눈꺼풀이 쳐졌다
얼굴에는 거뭇거뭇 점들이 생겨났다
다빈치의 노트북에는
구면球面에 비친 상을 평면平面에 옮기면
같은 길이의 대상이라도
각도에 다라 각각 다른 길이로 투사된다는데
눈꺼풀이 쳐지는 바람에
그녀의 소실축도 아래로 내려왔다
내 기억 속의 그녀는 티없이 맑은 인상이었다
안쪽으로 무한히 감겨들어가는
황금분할의 직사각형에 따라 이목구비가 갖춰진 얼굴
그녀의 얼굴을 되살리는 작업은
내 기억 속의
그녀를 온전히 불러내어 실물과 대조하는 일 뿐인데
미숙련공 다빈치가
레이저와 해부용 칼을 도구로 사용하는 바람에
모나리자, 미소가 사라졌다.
활공님의 댓글

많은 아픔이 있는 모나리자 이군요
가슴에서 싸늘한 기운을 느끼며
작품 속에 빠져 봅니다
감사 합니다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모자이크의 모나리자입니다
불효막심이 얼룩진
감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모나리자-모자이크-엘리자벳
저는 개인적으로 모나리자는 참 못생긴 여자다 생각하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이것도저것도 아닌 표정엔
무언가가 들어 있겠지요.
사물을 통해 연상되는 무엇가를 간곡히 적은 것 같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무엇인가를 넣으려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부족한 것 같다는 아쉬움만 섞어
마무리했습니다
언제 툭 생각이 떨어지면
다시 끼워넣을 양으로
감사합니다
양철붕어님의 댓글

붓끝을 떼지 않은듯해도
문장에 날이 서있고 깊은 의미가 배어 있습니다 시간을 잘라 먹을수록
시가 튼실해저 가는 모습
감동입니다
그리고 작가시방 대상 축하드립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거꾸로 비틀고 낯설게 꾸며보고 싶다가도 아직은 그게 낯설고, ㅎㅎ
이미지 하나 놓고 보이는 족족 배껴본 심상입니다
늘 따뜻한 시인의 품성을 배웁니다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은영숙님의 댓글

김태운님
반가운 우리 시인님! 제주도의 성지가 그곳에 있었군요
언제 성지 순레를 가야겠군요
고운 시 뼈가 있는 시심 속에 거닐다 가옵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아우 시인님! ~~^^
김태운.님의 댓글

왔다가셨네요
황사평을 자주 들르지는 못하지만
가끔 마음을 흔드는 곳이랍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안하시길...
창랑님의 댓글

그 모나리자 초상이 태운시인님의
자화自畫로 비춰졌는지도 모르겠군요
감상 잘 하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어쩌면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창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