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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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의 벽
금간 벽은 부실이 낳은 사생아. 허접스레 쌓아올린 높이만큼이나 흔들
림에 대한 진폭은 컸다. 범접할 수 없는 벽을 바라보는 부러움에 고개
가 뻣뻣했다.
넓은 하늘을 감추는 벽, 더욱 높아지려는 끝 모를 욕망의 날갯짓, 날개
를 단 새들도 종종 벽에 부딪쳐 낙상을 한다. 발버둥칠수록 쉽게 무너
져 내리는 벽의 자존, 분명 높은 벽에는 숨겨진 이유와 그 벽보다 더
높아지려는 까닭이 있을게다
벽을 뚫고 나온 금, 야금야금 벽을 갉아먹는, 쩍 벌어진 금으로 서슬
퍼런 욕망이 기어나온다. 욕망의 실체는 길게 이어지는 금이고 점점
벌어지는 틈이었다. 금간 벽은 어질어질 현기증을 앓는다. 벽 사이로
무수한 말이 오가고 차마 입에 담지못 할 억센 어투와 액센트, 더 이상
숨길 일 또한 없다. 매일 각질처럼 벽 앞에 버려지는 오물들, 허리를
굽혀 오물을 줍는 그림자, 벽에 대한 경배인가 속죄인가. 벽 속에 벽을
쌓는 사람들, 언젠가 그 벽은 와르르 무너질 터이고 그날이 바로
벽 속에 똑바로 누울 날이겠다.
글쓴이 : 박 정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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