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歸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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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가(歸家) -
이장희
간밤에 내린 눈은 길을 감추고 있었다
분명 어제 남긴 발자국을 더듬어 가면 집이 나온다
길을 더듬으며 걷는 두 다리
가던 길을 뒤에서 끌어당기는 냉기
냉기는 허벅지를 더듬고 있었다
손과 발도 능청스럽게 더듬는 솜씨
두 다리는 경직되어도 길을 잡아당기려 한다
찬바람까지 불어 오돌오돌 떠는 두 다리
춤추는 다리에 리듬을 탄 냉기의 춤사위
몸에 소름이 달라붙어 산란을 한다
한 치 양보도 없는 냉기의 적극적인 애무
냉기의 농락에 넋을 놓고 받아들이는 몸
자꾸 달려야 살겠다는 두 다리의 투정
집은 산꼭대기로 올라가 있다
집의 꼬리를 잡을 수가 없다
하늘을 보니 달빛에 고드름이 달려있다
눈빛이 고드름을 따낼 무렵
집이 보이더니 발자국은 깃털을 단다.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냉기에 귀가 시린데 이장희 시인님의 시로
추락하는 헬기처럼 혈기도 시리네요.
지붕을 훑고 내려오던 냉기가 얼어서
손가락 같은 고드름이 된 시골집이 생각납니다.
냉기 사이로 막 빠져나갈 정도로
삐쩍 마르신 이장희 시인님 건강 유념하세욤^^
이장희님의 댓글

냉기를 한 번 더 쓴다는 것이 영~쩝~
겨울이 다 지나기지만 아직도 춥네요.
귀갓길이 추우면 뛰고 싶어져요.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춥습니다,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고현로 시인님.